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북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화·영상 기반 원격 진료를 일상 의료로 활용해왔다. 북미 현장을 찾아가 실제 운영 모습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주(州)에서 지원하는 공공 원격 의료 플랫폼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마스 엘긴 종합병원(St. Thomas Elgin General Hospital)에서 만난 주세페 과이아나(Giuseppe Guaiana)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진료실에는 '교통이 어려운가요? 원격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 옆에는 컴퓨터와 카메라, 전화가 놓여 있었다.
그는 주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원격 의료 플랫폼 OTN(Ontario Telemedicine Network)을 무료로 이용한다.
의사는 OTN 사용을 신청하고 아이디를 발급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로 예약 날짜와 시간, 환자 이름, 진료 과목 등을 선택한 뒤 화면에서 환자를 만난다. 의사는 증상을 묻고 약물을 처방하거나 다음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다. 그는 "의료 취약지에 사는 환자에게 도움 된다"고 했다.
◇公共 플랫폼, 병원서 무료 이용…언어 장벽 해결
캐나다에서 원격 의료는 1970년대 후반 시작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완전히 정착했다. 원격 의료 관련 비영리 단체인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Canada Health Infoway)에 따르면 코로나 전 비대면 진료 비율은 15%에서 이후 40%로 늘었다.
원격 의료는 이른바 '의료 사막'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이동 거리를 뛰어넘어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주세페 과이아나 의사는 "캐나다 일부 지역은 거리가 멀고 날씨가 추워 살기 좋지 않은 곳으로 인식돼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오지(奧地)에 사는 환자도 원격으로 도심처럼 좋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격 진료가 없었다면 기본적인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사들의 지역 기피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원격 의료로 언어 장벽을 없앨 수 있다. 예컨대 캐나다 매니토바주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일부 환자들이 있다. 과거 원격 의료를 하기 전에는 환자들이 프랑스어로 진료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받으며 실시간 통역 등이 가능하다.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 관계자는 "언어 소수자도 치료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LHSC 산하 빅토리아 병원(Victoria Hospital, London Health Sciences Center) 이재헌 정신과 의사는 "가상 진료(Virtual Consultation)로 환자에게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할 수 있다"면서 "폭설이 내려 운전이 위험한 상황에서 고관절을 수술하고 회복 중인 환자나 노인처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해외는 비대면과 대면 비용 비슷…韓 수가 개편 논의
국내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내년 말 비대면 진료가 본격 시행된다. 의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플랫폼에서 원격 진료할지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영리 추구가 목적인 민간 플랫폼이 과잉 진료를 부추기거나 의료 시장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온타리오주의 공공 플랫폼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온타리오주는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면 대면의 85%를 비용으로 받는다.
공공 플랫폼 OTN을 이용하면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용이 100% 동일하다. 민간 플랫폼을 사용해도 되지만 굳이 공공 플랫폼을 두고 선택할 이유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는 비대면 진료 중개업을 신고한 민간 플랫폼 업체가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다"면서 "가입자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복지부 장관) 인증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 위탁해 (개발한) 공공 플랫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할 전망"이라면서 "기존 민간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공공 플랫폼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는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도 중요하다. 국내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가를 130%로 유지하고 있다. 대면 진료보다 30% 더 받는 것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 수가는 조정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논의를 거쳐 비대면 진료 수가 개편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는 비대면과 대면 진료비가 큰 차이가 없다.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퀘백주 등은 비대면과 대면이 도일하다. 서스캐처원주는 비대면이 대면 진료의 90% 수준이다.
라샤드 비야트(Rashaad Bhyat)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 선임 임상 리더는 "비대면도 대면과 동등한 수준의 비용을 제공하며 의료진 참여를 유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