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질을 일으키는 임균(Neisseria gonorrhea) 일러스트./J Marshall/Tribaleye Images/ Alamy

전 세계 임질 환자가 8200만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질에 대한 항생제 2종을 새로 승인했다. 성병인 임질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이미 있었지만 최근 약이 듣지 않는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가 늘어나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허가받은 항생제들은 내성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성병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주 임질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항생제 2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블루제파(Blujepa)와 누졸벤스(Nuzolvence)는 각각 지난 11일(현지 시각)과 12일 비뇨생식기 임질 치료제로 승인됐다. 둘 다 먹는 경구용 항생제로, 기존 표준 치료에 쓰는 주사제보다 투여하기 쉽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감염병과 책임자인 아담 셔왓(Adam Sherwat) 박사는 "이번 승인은 단순 요로생식기 임질 환자의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서 표준 치료와 대등한 효과 입증

임질은 병원성 박테리아인 임균(Neisseria gonorrhea)이 유발하는 성매개 감염증이다. 주로 요도염이나 자궁경부염을 일으킨다. 성교 방식에 따라 임질성 직장염과 인후염도 발생한다. 임균에 감염된 임산부는 출산 시 아기에게 임질성 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블루제파는 게포티다신(gepotidacin) 성분의 항생제로 영국 제약사인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했다. 블루제파는 지난 3월 요로 감염 치료제로 먼저 승인받았다. 졸리플로다신(zoliflodacin) 성분의 누졸벤스는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항생제 연구·개발 파트너십(GARDP)이 미국 제약사 이노비바(Innoviva)와 같이 개발했다.

GARDP의 졸리플로다신 개발 책임자인 앨리슨 럭키(Alison Luckey)는 11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상시험 결과 졸리플로다신이 기존 항생제와 같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부작용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임질 환자 930명을 모집해 무작위로 3분의 2는 누졸벤스를 투여하고, 3분의 1은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주사와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경구 투여를 병용하는 표준 치료군으로 배정했다. 6일 후 참가자들의 자궁경부나 요도를 면봉으로 채취한 결과, 졸리플로다신은 임질균을 약 91% 제거했고, 기존 항생제 치료를 받은 그룹의 제거율은 96%였다. FDA는 누졸벤스의 효과가 표준 치료와 동등함을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블루제파 역시 임상시험에서 표준 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FDA에 따르면 연구진은 임질 환자 628명을 무작위로 나눠 절반은 블루제파를 투여하고, 나머지는 표준 치료를 받도록 했다. 치료 후 4~10일 동안 세균 제거율을 측정한 결과, 블루제파 투여군은 93%가 완치됐고, 표준 치료군은 91%가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양접시에 키운 세균을 확인하는 모습. 미 FDA는 30여 년 만에 임질 치료용 항생제를 새로 승인했다./Adobe Stock

◇내성균 퍼지면서 전 세계 임질 환자 급증

임질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2023년 유럽의 임질 감염률은 2014년보다 3배 더 높았다. 환자가 급증한 것은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퍼졌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균을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한 '우선순위 병원체(priority pathogen)'로 지정했다.

지난해 WHO는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12국에서 2024년 기준 약 5%의 임질 환자가 1차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에 내성을 보였으며, 이는 2022년 대비 6배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세프트리악손 내성 임질 환자가 5년간 3배 증가했다.

GARDP의 마니카 발라세가람(Manica Balasegaram) 사무총장은 "이번 승인은 지금까지 항생제 개발 속도를 앞지르던 내성 임질 치료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ARDP의 누졸벤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대부분 세프트리악손이나 아지트로마이신에 내성이 없는 균주에 감염됐다. 하지만 앞서 2020년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 감염병'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누졸벤스의 약효 성분인 졸리플로다신은 모든 표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임질 균주를 없애는 데 효과를 보였다. 누졸벤스 개발 책임자인 럭키 연구원은 "임질 신약이 승인된 지 30여 년이 지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결과는 졸리플로다신이 임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The Lancet(2025),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5)01953-1

Morbidity & Mortality Weekly Report(2024), DOI: https://doi.org/10.15585/mmwr.mm7312a2

WHO(2024), https://iris.who.int/bitstream/handle/10665/376814/9789240094925-eng.pdf

ACS Infectious Diseases(2020), DOI: https://doi.org/10.1021/acsinfecdis.0c0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