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으로 이름을 알린 40년 전통의 명인제약(317450)이 치매·파킨슨병·조현병 등 중추신경계(CNS) 신약 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다.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도입한 파킨슨병 개량신약의 국내 상업화에도 최근 시동을 걸었다.
다만 해당 파트너사가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향후 사업 전개와 권리 구조를 둘러싼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스라엘 파마투비(P2B)로부터 도입한 파킨슨병 개량신약 '팍스로야(P2B001)'에 대한 품목허가를 지난 9월 신청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임상 3상을 마친 이 약물은 국내에서 56명을 대상으로 한 생물학적 동등성 임상시험을 완료했으며, 회사는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7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85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종근당(185750) 영업사원 출신인 이행명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이가탄과 변비 치료제 '메이킨' 등 일반의약품을 앞세워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고, 이후 CNS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확대해왔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을 약 95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명인제약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약 1조7700억원으로, 유한양행(000100)(9조원대), 한미약품(128940)(3조원대)에 이어 상장 제약사 가운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후 주가는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상장일 종가 기준 12만1900원이던 주가는 최근 7만800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약 1조1400억원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전통 제약사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평가와 함께, 차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신약들의 실적 기여 시점이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명인제약의 주력 사업은 이가탄·메이킨 등 일반의약품이 아니다. 회사는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cGMP)을 갖춘 생산시설에서 치매와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 부문 매출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회사가 상장을 선택한 배경 역시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에 있다. 명인제약은 신약 개발과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이스라엘 제약사 파마투비(P2B)에 620만달러(한화 86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임상 3상을 마친 파킨슨병 개량신약 '팍스로야(P2B001)'의 국내 독점 판매·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파마투비의 파산이다. 파마투비는 누적 부채와 합병 실패로 이스라엘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명인제약은 2021년 진행한 83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대해 이미 전액 손실 처리했다. 계약 구조상 파마투비가 파산할 경우 팍스로야의 국내 독점 공급 계약 역시 해지 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명인제약은 파트너사의 재무 상황과 관계없이 개발과 상업화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기적인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상업화 권리가 유지된다면 장기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 권리 구조와 비용 부담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파마투비는 국내 관련 특허권에 대한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명인제약이 직접 특허를 인수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제3자가 인수할 경우 로열티 조건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현재 국내 특허권 인수를 위한 조정 과정에 있다"며 "국내 상업화에 문제가 없도록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명인제약은 생산 역량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팍스로야 생산에 대비해 내년까지 화성 발안 제2공장 고형제동 신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펠렛(작은 알약 또는 반구형 알갱이) 제형 의약품을 중심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확대해 기존 5000만 캡슐 규모였던 생산 능력을 2억5000만 캡슐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명인제약은 지난해 이탈리아 CNS 치료제 개발사 뉴론(Newron)으로부터 조현병 치료제 신약 '에베나마이드(NW-3509)'의 국내 독점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는 국내 임상 3상을 맡아 약 35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했으며, 전체 임상 환자의 약 10%를 국내에서 모집 중이다.
업계에서는 명인제약이 일반의약품 이미지를 넘어 CNS 신약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파트너사 파산이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 권리 구조를 어떻게 정리하고, 신약 상업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