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002210)의 회생(법정 관리) 절차 개시는 정당하다고 법원이 재차 판단하자 최대주주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동성제약은 삼촌과 조카가 2·3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기업은 결국 회생에 들어갔고 회생을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얽히고 설켰습니다. 68년 전통의 제약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16일 제약 및 법조계에 따르면 동성제약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은 기업 회생 절차 개시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서울고법 민사40부(재판장 홍동기) 결정에 불복해 지난 11일 재항고(再抗告)했습니다. 재항고는 2심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제기하는 항고(抗告)를 말하는데요.
동성제약은 지난 5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동성제약의 회생 신청 이유는 경영 정상화인데요. 회생은 빚이 많은 기업이 법원 관리 감독을 받으며 빚 일부를 나눠 갚고 탕감받는 제도입니다.
서울회생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호춘)가 이를 받아들여 회생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동성제약 나원균 전 대표와 제3자인 김인수씨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돼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입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이에 불복해 지난 7월 항고했으나 서울고법은 지난 10일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갈등은 동성제약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인 나원균 전 대표 사이에서 시작됐습니다.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데요. 이선균 선대회장이 2008년 별세하고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났고 나 전 대표가 취임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조카가 회사를 맡게 되자 지난 4월 돌연 지분을 외부에 넘겼습니다. 마케팅 회사 브랜드리팩터링에 동성제약 지분 14%를 120억원에 매각한 것입니다.
나 전 대표는 당시 회사 지분이 4%대에 불과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동성제약은 기업 회생을 신청하게 됐죠.
동성제약은 이후 경영진이 바뀌게 됩니다. 나 전 대표가 9월 물러나고 유영일 대표가 새로 취임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동성제약은 회생 절차 종결(폐지)을 서울회생법원에 지난 달 별도로 신청했습니다. 기업이 회생을 신청했다가 대표가 변경된 뒤 회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성제약이 대법원에 재항고한 것과 회생법원에 폐지를 신청한 것은 다른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비영업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습니다. 나 전 대표 측은 인수합병 절차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동성제약은 현재 인수합병을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하는 중입니다. 이는 위장한 말에서 유래한 입찰 방식입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예비 인수자로 두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오면 최종 투자자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유암코는 시중 은행 출자로 설립된 공적 성격의 기관인데요. 동성제약은 오는 19일 입찰 서류를 마감할 계획입니다.
절차는 이후 어떻게 진행될까요. 동성제약은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면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하게 됩니다. 회생 계획안에는 인수 대금으로 채무를 어떻게 갚을지 등의 내용이 담기는데요. 채권자들이 계획안에 동의하면 회생이 인가(認可)되고 기업은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됩니다.
법원은 아직 동성제약 회생 폐지 여부를 결정하진 않았습니다. 법원은 채권자, 채무자, 관리인 의견을 듣고 회생 폐지 사유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입니다.
법원이 회생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존 절차를 그대로 진행합니다. 반대로 폐지를 결정하면 진행 중인 인수합병은 무산될 전망입니다.
삼촌과 조카 갈등이 기업 회생을 둘러싼 소송으로 번지며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