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수장 교체 사업부 신설과 통합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30대·여성 임원의 등장이 눈에 띈다.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도 잇따른다. 각 회사는 효율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우선 광동제약(00929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광동제약에 따르면 지난 4일 박상영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최성원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최 회장은 전략, 신사업, 연구개발(R&D)을, 박 사장은 경영총괄 및 사업 실행력 강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광동제약은 수익성 강화와 제약 사업 부문 체질 개선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혁신·효율·확장'을 핵심 경영 기조로 내세우고, 비타500, 헛개차, 옥수수수염차, 경옥고 등 기존 한방·음료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일반·전문 의약품을 비롯한 제약·헬스케어 신사업 강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매출 성장세는 둔화했고, 수익성은 하락했다. 광동제약의 올해 연결 기준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 24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 줄었고,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15%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으로선 재무 개선이 급선무"라며 "올해 판매 관리비 축소에 주력해 왔는데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을 발표했다.
JW중외제약(001060)은 함은경 JW메디칼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신영섭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박제임스 단독 대표 체제에서 박제임스·신유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대표 교체도 잇따랐다. HLB(028300)그룹 진양곤 회장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HLB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신규 대표로는 김홍철 HLB이노베이션(024850)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30대 임원, 여성 임원 승진도 업계에선 화제였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임원 대부분이 50대, 남성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모두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발탁을 목표로 30대·여성 임원을 전면 배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희정 부사장(1981년생)이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30대 안소연 상무(1988년생)는 창사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올랐다.
김 부사장은 DS(원액) 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회사의 생산 역량을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았다.
안 상무는 4공장 준공 후 안정화 단계에서 생산 공정과 일정 관리 효율화를 주도해 조기 완전가동을 달성하고 안정적 의약품 생산 기반을 마련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부사장 2명(신동훈, 신지은), 상무 4명(손성훈, 안소신, 이남훈, 정의한) 등 6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40대 신지은 부사장이 1981년생으로,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됐다. 상무 승진자 가운데 정의한 상무는 1987년생으로 에피스 임원 중 가장 젊다.
신 부사장은 공정 개발과 기술 이전에 강점을 가졌고, 생산 공정 최적화와 신규 파트너 발굴로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상무는 시판 허가 국가를 확대해 매출 증가 기반을 마련했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일정 단축과 비용 절감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 단행은 내수 중심의 사업에서 글로벌 사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의 한 임원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30~40대·여성 임원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자국 밖 세계 시장에서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면서 기업 조직과 인재상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정현진 바이엘코리아 인사 총괄(Country HR Lead)은 "기업 조직이 더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해야 살아남는 시대"라며 "많은 글로벌 제약 기업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구조를 깨고, 성장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혁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