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북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화·영상 기반 원격 진료를 일상 의료로 활용해왔다. 미국 현장을 찾아가 실제 운영 모습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어린이 국립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 등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보건복지부 공동 기자단

"학생이 체육 시간에 다치면 학교 양호실에서 원격으로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어린이 국립 병원(Children's National Hospital). 캐런 스미스(Karen Smith) 총괄 의료 디렉터는 지역 학교와 연계해 원격 진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아픈 학생은 양호실에서 카메라로 어린이 국립 병원 소속 의사에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부모는 아이가 다치면 혼비백산한다. 직장에서 일하다 학교로 가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원격 진료는 부모와 아이의 이런 번거로움을 줄였다. 그만큼 편리하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어린이 국립 병원 내부에 있는 원격 의료 명령 센터. 이곳에서 병동 환자를 원격으로 관찰한다. /보건복지부 공동 기자단

◇체육 중 다쳐도 원격으로…'환자 위독' 관제 센터처럼 관찰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정신과 의사가 화상으로 환자를 돌봤다. 1997년 메디케어(65세 이상 공공 의료 보험)에서 원격 의료를 보험에 적용한 것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다양한 과목으로 발전했다. 현재 전화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환자를 진찰한다.

이날 찾은 미국 어린이 국립 병원은 커다란 열기구가 천장에 떠다녔고 로비에 10명 안팎이 대기하고 있었다. 소아 진료 대란이 벌어지는 국내와 비교하면 차분한 분위기였다.

테잘 라이추라(Tejal Raichura) 원격 의료 디렉터는 "워싱턴은 수도라 인프라가 좋지만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면서 "지역에 관계 없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원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 75%가 양호실에서 원격 진료를 받고 교실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 병원은 학교 뿐만 아니라 병동에 입원한 환자도 원격으로 관찰한다. 병원에 별도로 원격 의료 명령 센터(Telehealth Command Center)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항공 관제 센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병동 영상을 촬영한 화면이 수십개 있었고 환자 산소 포화도(酸素 飽和度)를 측정한 그래프가 쉼없이 움직였다. 의료진은 여기서 병동 환자를 지켜보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담당 의사에게 알린다.

예컨대 산소 포화도 85%를 기준으로 30%까지 환자 수치가 떨어지면 즉각 대처한다.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 상태가 계속되면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 골든 타임을 지키고 병세 악화를 막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호세 로페즈 마갈론(Alejandro Jose Lopez Magallon) 전문의는 "원격 의료 명령 센터의 최종 목표는 환자 응급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라면서 "병동에도 (환자 곁에) 의료진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전경.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응급실 대기 줄이고…"10마일 이내, 당일 배송"

미국은 환자가 응급실에서도 원격 진료를 받는다. 전날 찾은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Medstar Washington Hospital Center) 응급실에는 검정색 태블릿PC가 있었다.

환자는 대기가 길면 태블릿PC로 자택 등 다른 곳에 있는 의사에게 빠르게 진찰받을 수 있다. 환자 원격 진료 여부는 현장 간호사가 판단하다. 미국 의사는 자택 근무가 가능하다.

에단 부커(Ethan Booker)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 원격 의료 최고 책임자는 "지난해 원격 진료만 52만건이 넘는다"면서 "1차 진료의 16%를 원격으로 본다"고 했다.

물론 환자는 자신의 집에서도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 85세 이상 고령층은 병원 방문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간호사가 태블릿PC 연결 등을 돕는다. 그밖에 미국 응급의학과, 정형외과 등 전문의들은 다른 병원에 원격으로 의료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에 태블릿PC가 설치됐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자택 등에 있는 의사에게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공동기자단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 있다. 의사가 전자 처방전을 보내면 약국에서 환자에게 약을 택배로 배송한다. 한국은 최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섬·벽지 거주자나 장애인이 약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그밖에 환자는 병원에서 종이 처방전을 받거나 약국에 가서 약을 받는다.

카티아 필립스(Katia Phillips) 약국 직원은 "환자가 수술하고 퇴원하면서 약을 어떻게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면서 "환자가 원하는 장소로 약을 배송하며 10마일(16㎞) 기준 당일이나 익일 배송하고 그보다 먼 지역은 2~3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냉장이 필요한 약은 온도를 관리하며 (안전을 위해) 환자가 약을 수령할 때는 서명을 받는다"면서 "입원 환자를 위해 침대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