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북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화·영상 기반 원격 진료를 일상 의료로 활용해왔다. 캐나다 현장을 찾아가 실제 운영 모습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치매 환자도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찾은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토론토 종합병원(Toronto General Hospital). 노인정신과 이주은 전문의 진료실에는 작은 카메라가 달린 검정색 컴퓨터가 있었다. 그는 치매 환자를 이 기기를 통해 진료한다.
통상 치매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인지 기능 저하와 방향 감각 상실로 외출 자체가 위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의사는 "환자에게 집안을 비춰 달라고 요청해 물건이 쌓여 있는지, 넘어질 위험은 없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치매 증상 가운데 하나인 정리 장애는 오히려 화면을 통해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에 이메일 알려주고…카메라로 증상 상담
캐나다는 국토 면적이 약 998만㎢로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크다. 한국의 약 100배, 한반도의 45배다. 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는 병원에 가려면 2~3시간쯤 걸릴 때가 있다. 폭설(暴雪)이 내리면 길에서 8시간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병원 방문이 어려워질수록 질병은 만성이 된다. 캐나다가 1970년대 후반 전화로 원격 진료를 시작한 이유다.
온타리오주는 이날 눈이 내렸다. 칼바람이 거리를 쓸며 잔설(殘雪)은 그대로 얼음이 됐다. 길이 미끄러워 노인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이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 캐나다 환자들은 이럴 때 집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이 의사는 "치매 환자는 보통 첫 진료는 대면으로 하고 걸음걸이 등을 살핀 뒤 재진(再診·추가 진료)을 비대면으로 한다"면서 "환자가 운전하기 힘들거나 병원에 오기 어려우면 화상으로 진료한다"고 했다.
의사가 환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원격 진료 플랫폼에 접속해 예약 날짜, 진료 과목 등을 선택하면 된다. 환자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병원에 남기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받는다. 약속된 시간에 주소를 클릭한 뒤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상담한다.
이 의사는 "환자를 무조건 20분 넘게 진료하고 46분쯤 걸릴 때도 있다"면서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화상으로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위급 상황→경찰 연계, 환자 곁에 도와주는 인력도
국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원격 의료가 잠시 허용됐다가 2023년 시범 사업으로 전환됐다. 최근 원격 의료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개원가를 중심으로 환자가 위급한 상황일 때 어떻게 원격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캐나다는 이럴 때 경찰과 연계해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환자가 자해(自害)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의사는 이른바 서식(form)을 작성해 경찰에 팩스 등으로 연락한다. 경찰은 집으로 찾아가 환자를 살피거나 인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 의사는 다만 "환자에겐 경찰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보다는 환자를 타일러서 (병원에) 올 수 있는 상황이면 직접 만나자고 권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가 환자 일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부 노인은 스마트폰 같은 기술을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른바 '소셜 워커'(social worker)들이 환자 곁에서 비대면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한다. 이 의사는 "소셜 워커 등 병원마다 비대면으로 진찰받는 환자를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마스 엘긴 종합병원(St. Thomas Elgin General Hospital) 주세페 과이아나(Giuseppe Guaiana) 정신과 의사는 "원격 진료는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근처에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