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 가격이 치솟으며 SK바이오팜(326030)이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뇌전증(腦電症·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엑스코프리'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환율이 오르는 만큼 세노바메이트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해 반복해서 발작하는 질환입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치료제보다 발작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9년 허가를 받아 이듬해부터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판합니다. SK라이프사이언스가 계약을 맺은 제3자 물류 대행 업체를 거쳐 의약품 도매상과 병원·약국에 유통하는 구조입니다.
세노바메이트의 3분기 미국 매출은 1722억원입니다. SK바이오팜 총매출 1917억원의 90%를 책임집니다. 회사 측은 "매출이 거의 수출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세노바메이트는 그동안 미국 등 해외에서만 팔고 국내는 처방하지 않아 환자들이 해외에서 처방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41번째 신약 허가를 받아 국내 도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했지만 동아에스티(170900)가 생산 기술을 이전 받아 판매합니다. 동아에스티가 보험 약가(藥價)를 신청하고 등재를 추진한 뒤 오는 2027년쯤부터 국내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동아에스티가 연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보건복지부가 약가 협상 개시 명령을 내립니다. 약가 협상이 끝나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합니다. 보통 이 기간이 1년쯤 걸립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를 외부에서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구축한 직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회사는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이 최근 방사성 의약품(RPT) 본부를 새로 만든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특정 암 종양에만 들러붙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합니다. 환자 몸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방사선을 내보내 암 조직을 파괴합니다.
SK바이오팜의 방사성 의약품 본부는 원료 확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 발굴, 전임상 수행, 사업 개발 등 모든 기능을 갖췄습니다. 회사는 이미 두 차례 방사성 의약품 후보 물질을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SKL35501을 도입해 임상 시험 계획 제출을 준비 중이고, 최근 WT-7695를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 이전 기관에서 추가 도입했습니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의 뒤를 이어 제2의 효자 의약품을 키울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