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일동제약(249420)이 3세대 위장약으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상업화 준비에 나섰다. 3세대 위장약은 HK이노엔(195940)의 케이캡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웅제약(069620)의 펙수클루, 제일약품(271980)의 자큐보가 경쟁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후발주자로 참전하며 4강 구도가 예고된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자회사 유노비아에서 P-CAB 후보 물질 '파도프라잔'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약 94억원에 체결했다. 유노비아는 대원제약(003220)과 P-CAB 후보 물질을 공동 개발해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일동제약은 P-CAB 상업화를 앞두고 자회사 유노비아가 갖고 있는 파도프라잔 자산 권리를 가져왔다.

앞서 일동제약은 2021년 P-CAB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신약 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 유노비아를 만들어 2023년 임상 1상을 마쳤다. 이후 대원제약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임상 2상부터 참여해 올해 10월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일동제약과 대원제약이 3세대 위장약 개발에 성공해 신약 허가를 받으면 같은 물질로 각자 다른 약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런 식으로 신약을 공동 개발해 따로 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선 대원제약과 같은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면서 "해외 판권은 자사에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10명 중 1명이 앓는 역류성 식도염은 명치로 신물이 넘어오는 질환이다. 과거 1세대 치료제로 위산(胃酸)을 중화하는 제산제를 사용했다. 2세대 위장약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를 썼다. 위벽에서 산을 분비하는 펌프 활동을 막는 방식이다. 다만 펌프를 막기까지 시간이 걸려 투약하고 30분은 지나야 효과가 있었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은 짧아 자는 중 위산이 분비되는 야간 속 쓰림 증상이 있었다.

3세대 위장약인 P-CAB는 칼륨 작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막는다. 약효가 빠르고 야간 속 쓰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약품 시장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P-CAB 처방 실적은 2019년 304억원에서 지난해 2792억원으로 늘었다.

HK이노엔이 2019년 선보인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은 P-CAB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캡은 올해 상반기 누적 처방 8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HK이노엔 매출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케이캡은 중국, 중동, 인도, 남미 등에 진출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2년 7월 국내 34호 신약 펙수클루를 출시했다. 펙수클루는 식사 전후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으며 한 번 복용해도 약효가 오래 간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올해 10월까지 누적 매출 2190억원을 기록했다. 40㎎, 10㎎에 이어 최근 20㎎를 출시하며 제품을 확대했다.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자큐보를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보험 약가는 20㎎에 911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지난 10월 고령 환자를 위해 자큐보를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을 수 있는 제형으로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았다. 지난 8월 중국에선 자큐보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3세대 위장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