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기술(ALT-B4)이 적용된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미국 머크(MSD)

알테오젠(196170)이 독일 법원의 미국 머크(MSD) 항암제 '키트루다 SC' 판매 중단 명령에 대해 "(알테오젠의) 기술 수출 진행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트루다 SC는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기술을 적용해 개발됐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이하 할로자임)는 자사 홈페이지에 "자사의 가처분 신청을 독일 뮌헨 지방법원 민사부가 받아들였다"며 "법원은 MSD의 독일 내 키트루다 SC 판매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5일 알테오젠 주가가 급락했다. 할로자임은 알테오젠의 경쟁사로 꼽힌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은 정맥 주사(IV) 치료제를 피하 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을 각각 자체 개발했다.

MSD는 지난 9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키트루다 SC의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 중이다. 이어 지난달 19일 유럽에서도 허가를 획득해 판매를 앞두고 있다. 키트루다의 SC 허가와 판매에 따라 알테오젠도 로열티 수익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독일 내 키트루다 SC 판매에 제동이 걸리자, 증권 시장에서 알테오젠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MSD와 할로자임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가처분 인용이 MSD와 알테오젠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시장 일각에서 나온 것이다.

MSD가 지난 8월 할로자임의 기술인 엠다제 특허에 대해 제기한 무효 심판 소송은 독일 연방특허법원에 계류돼 있다. 할로자임은 미국에서도 MSD를 상대로 키트루다 SC가 할로자임의 엠다제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알테오젠은 이날 장 마감 후 입장문을 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알테오젠이 아닌, 파트너사 MSD와 할로자임 간의 법적 분쟁이다. 알테오젠은 "독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입장문을 냈다"면서 "현재 가처분은 독일의 특수성 때문에 먼저 내려진 초기 단계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이번 가처분 인용은 독일 특허 제도의 특성상 특허권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임시 절차"라며 "소송의 최종 결론이나 특허의 최종 유효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유럽 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달리 독일은 특허 침해와 특허 유효성 판단을 분리해 진행하는 이원제 구조다. 민사법원이 침해 여부만 빠르게 판단해 가처분 명령을 우선 내릴 수 있고, 연방특허법원이 특허가 진짜 유효한지 (무효 심판)에 대해선 나중에 판단하는 식이다.

MSD도 법적 대응 의지가 강하다. MSD는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할로자임의 특허가 전 세계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그들의 침해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MSD는 "자사가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알테오젠 전경. /알테오젠

추가 기술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테오젠은 "이번 사안이 제기되기 전부터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함께 필요한 법적·기술적 준비를 충분히 진행해 왔고, 현재도 관련 정보를 지속 점검하고 있다"며 "알테오젠의 지식재산권(IP) 보호·확장 전략은 단순히 오늘과 같은 이벤트로 판단되지 않고, 후속 계약 협의 역시 이번 이슈와 관계없이 잘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의 제형 전환(변경) 기술은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효소로 분해해 약물 흡수를 빠르게 돕는 원리다. 할로자임의 기술 플랫폼 명칭은 인핸즈(Enhanze)와 이를 발전시킨 엠다제(MDASE), 알테오젠의 기술 플랫폼명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이다. IV 제형 항암제는 투여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는데, SC 제형은 1~2분에 불과해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기술을 도입해 제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사는 이를 통해 의약품의 특허를 연장할 수 있는 이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