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국정 과제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지역 의사제와 통합 돌봄 정책, 건강보험 수가 개편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주요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임기 내 지역·필수 ·공공 의료 강화 정책과 통합 돌봄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 7월 22일 취임한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첫 복지부 장관이다.

지역의사제와 통합돌봄 실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만큼, 보건 당국이 세부 정책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있어, 의정 갈등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 "10년 의무 지역의사제 신속 추진"

이날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 회의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법, 비대면진료법, 필수의료특별법, 국립대병원설치법개정안(복지부 이관법), 담배사업법 등을 언급하며 "본회의가 남아있으나, 묵은 과제들이 많이 해결되는 수확이 있었다"고 했다.

이 중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부를 지역 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아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정해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거쳐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고, 자격 정지 3회 이상이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정 장관은 "수도권으로 환자가 집중되지 않고 중증·응급 진료를 담당할 지역 병원 육성이 핵심 목표"라며 "지역의사제는 10년간 의무 복무를 통해 의료 공백을 메우는 것이 1차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의사들의 지역 정주 여부는 2차 목표"라고 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뉴스1

다만 지역의사제 시행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2027년도 대학 입시 전형부터 도입한다'는 부칙을 법사위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2027년에 시행하려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2028년은 1년이 늦춰지는 딜레마가 있었다"며 "법에 연도를 못 박기보다는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되 의료계·교육부·지자체·의대 등과의 협의와 실제 준비 기간을 고려해 (시기를) 유연하게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계약형 지역 의사제를 병행해 전문의를 지역에 배치하고, 학생들이 졸업 전후에 취약 지역·기관·과목 중 선택하도록 수요를 분석해 매칭하는 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통합 돌봄 사업 내년 3월 본격 시행"

통합 돌봄은 현 정부의 '1호 복지 정책'으로, 노인·장애인이 본인 집에서 자립해 살 수 있게 공무원과 의료진을 집으로 보내 의료·복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 장관은 "내년 3월 통합 돌봄 사업이 본격 시행된다"며 "지자체마다 역량 차이가 있어 초기엔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제도를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시범사업 단계가 아니라 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라며 "제도 정착까지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고령화가 되면서 다양한 약을 먹는 환자들이 많아 건강 관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단발성 진료가 아니라 포괄적인 진료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일차(1차)의료 혁신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율 전망, 한국 고령화율 일본 추월 시기. /조선DB

통합 돌봄 정책과 연계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발전시켜 나갈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일본 사례도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요양병원·요양원의 집단 발병이 심했는데, 일본은 재택 의료·왕진 체계가 이미 자리 잡혀 있어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며 돌봄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일차의료 강화와 함께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이 경증 환자 진료 비중을 줄이고 중증·필수 의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며 "1~3차가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의료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행위별 수가제 개선 의지"

정 장관은 "12월 출범 예정인 의료혁신위원회에서 행위별 수가제 문제를 비롯한 의료비 비효율성을 점검하고, 미래 의료 체계의 큰 그림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위별 수가제란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 6000여 개마다 가격을 매겨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료 행위의 업무량과 진료비용·위험도 등을 고려해 '상대 가치 점수'를 매기고, 여기에 매년 병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 지수'를 곱하고,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하는 방식이다.

정 장관은 상대 가치 점수 개편을 통해 고평가된 수가는 낮추고 저평가된 수가는 올리겠다고 밝혔다. 약가 제도도 수가 조정 범주에 포함된다.

정 장관은 "현 수가제는 과잉 의료 이용을 유도해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가 조정 대상자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데, 설명과 소통을 통해 안착을 도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