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보건복지부는 '2025년 제11차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에서 임상 연구 8건 가운데 3건을 '적합'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소아·청소년 난치성 전신 홍반성 루프스(SLE) 환자를 대상으로 CD19 CAR-T세포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이다. 나머지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였다.
CAR-T세포는 한 번 몸에 넣어주면 증식하면서 계속 암세포를 죽인다고 '살아 있는 약물' '암세포의 연쇄 파괴자(serial killer)'로 불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CAR-T세포 7종은 모두 혈액암 치료제이다. 최근 유방암, 폐암 같이 장기에 생긴 고형암 치료에 이어 난치성 만성 질환인 자가면역 질환까지 CAR-T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치료 영역이 확대되면서 CAR-T세포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CAR-T 치료제는 지난해 약 1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올해 15조원을 넘어 2034년까지 256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상이 사라졌다" 완치 가능성 확인
지난 9월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FAU) 에를랑겐 대학병원의 마르쿠스 노이라트(Markus Neurath) 교수 연구진은 자가면역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21세 여성 환자에게 CAR-T세포를 투여해 14주 연속 증상 완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했다. 이 환자는 더 이상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 않아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FDA는 2017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부터 지난해 영국 오토러스의 오캣질(Aucatzyl)까지 7종의 CAR-T 치료제를 승인했다. 모두 인체를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암세포가 된 혈액암을 치료하는 용도로 허가를 받았다.
CAR-T세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가진 T세포란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가진 동물 키메라처럼,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 표면의 항원과 결합하는 단백질도 가진 것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몸 밖에서 CAR 유전자를 넣고 다시 투여하는 방식이다.
T세포는 외부 침입자를 둘러싸고 다른 면역 세포를 부르거나 직접 제거한다. CAR 단백질을 가진 T세포는 기존 전투병이 적군을 찾는 정보력까지 갖췄다. CAR-T세포 치료제는 암에 걸린 면역 세포인 B세포의 표면에 있는 CD19 단백질과 결합해 파괴한다.
이번에 복지부가 CAR-T 임상시험을 승인한 전신 홍반성 루푸스는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 관절염도 마찬가지다.
원래 B세포는 항체를 분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자가면역 질환은 B세포가 이상을 일으켜 항체들이 정상 세포도 가리지 않으면서 일어난다. 에를랑겐 대학병원 연구진은 B세포의 CD19에 결합하는 CAR-T세포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항체를 차단해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했다.
◇지난 3년간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 성과
과학자들은 지난 3년간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치명적 자가면역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12건의 CAR-T세포 임상시험을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지난 2021년 독일 FAU의 게오르그 셰트(Georg Schett) 교수 연구진은 자가면역 질환 환자로는 최초로 전신 홍반성 루푸스를 앓는 20세 여성 환자에게 CAR-T세포를 투여했다.
루푸스는 라틴어로 늑대를 뜻한다. 이 질환의 대표 증상인 피부 발진이 마치 늑대에 물린 자국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후 CAR-T 치료법이 전신 경화증, 근육염,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2상 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루푸스와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CAR-T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CAR-T 치료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썼다. 중국 연구진은 다른 사람의 T세포로도 같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5월 화둥사범대의 면역학자인 두 빙(Bing Du) 교수 연구진은 '셀 리서치'에 기증받은 T세포를 이용한 CAR-T 치료가 기존 약물이 듣지 않던 루푸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여성 환자 4명 중 한 명은 3개월 후 완치 상태에 이르러 약물 복용이 필요 없어졌다. 나머지 세 명은 유지 요법으로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았다.
과학계는 중국 연구진의 성과를 CAR-T 치료의 제네릭(복제약)을 찾은 것과 같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기증받은 세포로 미리 CAR-T세포를 만들면 환자가 세포 채취와 유전자 주입, 세포 배양을 위해 입원하지 않고도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두 교수는 기증받은 세포로 만든 CAR-T 치료제로 근육염과 전신 경화증 환자 치료에도 성공했다.
CAR-T의 선구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칼 준(Carl June) 교수는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환자가 몸 안에서 직접 CAR T세포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몸 밖에서 T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 코로나 백신처럼 해당 유전 정보를 가진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몸 안의 T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이 잇따라 성공하고 치료제 생산과 전달 방식도 계속 발전하면서 CAR-T 치료의 보편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이라트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향후 몇 년 안에 CAR T세포 치료가 만성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서 보편화될 것"이라며 "루푸스 치료에서 이미 여러 연구진이 놀라운 결과를 보고한 만큼, 곧 CAR-T 치료가 표준 요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21), DOI: https://doi.org/10.1056/NEJMc2508023
Cell Research(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22-025-01128-1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s8473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4.06.027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21), DOI: https://doi.org/10.1056/NEJMc2107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