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약가(藥價) 산정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필수 의약품과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복제약(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에 적용하는 산정률을 낮추는 게 주요 골자다.

제네릭 약값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인데, 현재 1000원에 판매되는 가격이 747원대로 인하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오후 '2025년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높이고, 국내 제약 산업이 더욱 혁신 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규들도 신속히 개정해 내년 1분기부터 차례대로 시행할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개편한 약가 산정 체계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형훈 제2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2025.8.27/뉴스1

◇ 복제약 가격 내린다…1000원→747원대

내년부터 제네릭 약값이 인하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제네릭,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값 산정률을 한국의 약제비 구조와 주요국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제에 대해서도 등재 시점과 현재 약값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례대로 조정한다.

품질이 낮은 제네릭이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늦게 출시되는 후발 제네릭에 더 적은 가격을 매기는 '계단식 인하'를 적용하고, 다품목 등재 관리를 보다 엄격화할 계획이다.

또 급여 적정성 재평가는 선별 등재 이후 약제도 대상으로 포함하되, 임상 유용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약제 중심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최적의 약제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약가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네릭 판매를 통한 수익이 신약 개발 투자로 선순환되고,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가 보상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필수의약품 가산 제도 개편

'퇴장방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 등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해 가산 제도도 정비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없어 생산 또는 수입 원가의 보전이 필요한 약제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 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약이다.

2023년 당시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정상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대한아동병원협회는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품절된 소아·청소년 중증 질환 필수의약품 종류가 47개에 달한다며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2023.6.20/뉴스1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지정 기준을 10% 상향하고 ▲원가 보전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다각적 방안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필수의약품'의 약가 우대 정책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약가 우대 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식의 약가 정책을 내년 1분기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혁신성과 수급 안정 기여를 중심으로 가산 제도를 개편하되, 정책적 우대를 확연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희귀질환 치료제·혁신 신약 도입 가속"

내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간도 단축한다. 현재 최대 240일이 걸리는 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중증·난치 치료제 같은 혁신 신약의 가치를 평가·조정하는 '비용 효과성 평가 체계'도 단계적으로 바꾼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기로 가중치 모델을 도입해 임계값을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고 중장기로 AI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해 임상적 성과를 평가·반영하는 신규 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혁신적인 의약품이 국내에 빠르게 도입되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칭)약간 유연 계약제' 적용 대상을 내년 1분기부터 대폭 확대한다. 이는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별도 계약을 체결해 건강보험 신속·안정적 등재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규 등재 신약, 특허 만료 오리지널, 위험 분담제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한 혁신형 제약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보상 체계를 혁신 창출 노력 정도에 비례해 보상하도록 정교화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종합적인 약가 평가와 조정 기전을 내년 안에 마련해 2027년부터 3~5년 주기로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건정심을 통해 복지부는 오는 12월 종료되는 '일차의료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등 3개 사업을 2028년 12월까지 3년 연장하고, 시범 사업 개선 방안을 마련·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