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각자 대표)./롯데지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오너가(家) 3세인 신 부사장이 공동 수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라,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분야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지는 않았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대표가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하는 동시에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 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예정이다. 신 부사장은 2023년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연말 수장 교체가 있었다.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이후 사업을 이끌던 이원직 전 대표이사가 작년 11월 말 사임했고, 이후 올해 1월 박제임스 대표이사(사장)가 공식 취임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인 독일 머크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 등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부사장, 지씨셀(144510)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왼쪽부터)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신유열 부사장이 2025년 6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한 바이오USA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전시 부스를 돌며 네트워킹 활동을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이후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주최하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미국 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바이오재팬' 등 세계 제약·바이오 주요 행사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을 강화해 왔다. 당시 박제임스 대표는 "신 부사장이 직접 글로벌 제약사와 잠재 고객사와의 사업·파트너십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선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나올 때, 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후발 주자인 데다, 사업 특성상 글로벌 고객사 확보와 계약 수주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회사 출범 4년 만인 올해 수주 계약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총 3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지난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기업과의 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시작으로, 6월에는 영국 오티모 파마(OTTIMO Pharma)의 이중항체 신약 후보 물질의 CMO 계약을, 지난 9월에는 미국 바이오 기업과의 계약을 맺었다.

사업 성과를 키우는 게 주요 과제다. 회사는 수익 증대의 핵심인 상업화 단계의 의약품 위탁생산 수주 계약은 현재까지 없다. 2022년 BMS의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작년 3월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착공에 돌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으나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각자 대표 체제하에 보다 공격적인 영업 활동과 전문가 영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신 대표가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사장과 박제임스 대표가 지난 10월 9일 '바이오재팬 2025'에 참석해 고객사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