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인적분할 이후 재상장 첫날 거센 변동성을 겪으며 약세 흐름으로 장을 마감했다. 재상장 이튿날인 25일에도 약세가 이어지며, 오전 10시 30분 기준 주가는 163만4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8.7% 하락 중이다.
기대와 달리 주가가 흔들리고 있지만, 증권가는 중장기 전망엔 변함없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주력 사업인 위탁개발생산(CDMO)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업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인사 관리 부실 의혹 등 내부 통제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는 지난 19일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사장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며, 업계는 25일 열리는 준감위 정례회의에서 해당 사안이 안건으로 다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분식회계 논란과 산업안전 이슈 등 각종 리스크에 노출돼 왔지만 준감위 관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찬희 위원장은 지난 5월 정례회의에 앞서 "이재용 회장은 준법 경영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소통하는 체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적분할 후 체질 개선…장기 성장성에 '무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4일 재상장과 함께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정지 직전 기준가(122만2000원)보다 47.05% 높은 179만70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장 초반 184만1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차익 실현 매물에 밀리며 165만원대까지 내려앉는 등 장중 낙폭이 7%를 넘기도 했다.종가는 178만9000원으로 기준가 대비 46% 급등했지만, 시초가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82조8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첫 거래일 주가가 요동쳤음에도 증권가는 회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고객사들이 우려하던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사업 중복·경쟁 리스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 부문을 떼어내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를 세웠고, 100%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설 지주사 아래로 이관됐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해상충 해소로 블록버스터 항체 치료제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는 2026~2028년 수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에서 60만4000ℓ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5공장(18만ℓ)까지 가동에 들어갔다. 2032년까지 6~8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능력은 132만4000ℓ로 확대된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4공장 가동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2026년 영업이익률이 5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 여부도 투자 포인트로 거론된다. 글로벌 제약사 장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공급망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미 의회가 중국계 바이오 공급망 배제를 골자로 한 'BIOSECURE Act(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 수혜주로 부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회사는 미국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중국계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수주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며 그 수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삼바 내부 관리 도마 위…민감정보 노출 파문 확산
반면 내부 관리 체계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사팀 공용 폴더가 내부망 전체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노조가 폴더 내 민감정보 존재 여부를 공론화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폴더에는 주민등록번호, 인사고과, 정신건강센터 상담기록 등 고도의 민감정보가 포함돼 있었으며, 삼성전자 사업지원TF(현 사업지원실) 측의 인사 지시 정황과 노조 '특별관리'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가능성뿐 아니라 노조 감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상담 내역이 포함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사안의 민감도는 한층 높아졌다. 정신건강 정보는 EU 일반정보보호법(GDPR)에서도 가장 강력한 보호가 요구되는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현재 준감위의 관리 대상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 등 7개 협약사로 한정돼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개입 의혹이 제기된 데다, 협약사인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만큼 준감위가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준감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협약사 현안은 다루지 않지만, 사안에 따라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며 "회의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준감위 안건은 비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