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바이오 전문 계열사 삼양바이오팜(0120G0)이 인적분할을 거쳐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2021년 그룹 내 의약·바이오 부문을 흡수 합병한 지 4년 만에 다시 독립 법인으로 돌아온 것으로, 삼양그룹이 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분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은 삼양그룹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000070)에서 지난 1일 인적분할된 이후 직상장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양바이오팜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자체 개발한 유전자전달체 플랫폼 '센스(SENS)'를 앞세워 기술 사업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양바이오팜은 2011년 삼양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함께 삼양사에서 물적분할된 법인이다. 당시 그룹은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의약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어냈다.
삼양바이오팜의 수장은 지난 7년간 에스티팜(237690)을 이끈 김경진 대표가 이어간다. 김 대표는 에스티팜의 mRNA 사업을 키우며 올리고핵산 치료제 중심 구조를 확립하고 2021년 흑자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3상 원료 공급도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삼양홀딩스로 합류했으며, 20여 년간 삼양에서 근무한 이현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외이사로 함께한다.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은 의료기기와 항암제 기반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삼양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녹는 실(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리프팅 실·고분자 필러 등 미용·의료기기 제품군도 확장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은 고형암 7종, 혈액암 5종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개발한 파클리탁셀 성분 항암제 '탁솔'의 복제약(제네릭) '제넥솔'을 개발해 폐암, 유방암, 난소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파클리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결건조 주사제를 액상주사제로 개선한 '페메드에스', 동양인 체표면적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고 약가를 낮춘 '아자리드', 경구 복용 시 위장벽에 붙지 않도록 캡슐을 정제로 바꾼 '레날리드' 등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최근 연간 500만 바이알(병)을 생산할 수 있는 항암주사제 공장을 새로 준공하고 일본·유럽에서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을 획득한 만큼, 회사는 항암제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삼양바이오팜의 매출은 2022년 1125억원, 2023년 1227억원, 지난해 1382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92억원, 106억원, 195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반기 기준 매출 698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 대비 9.89%에 해당하는 23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회사는 이 비율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분할 이후 삼양바이오팜이 집중하는 분야는 센스(SENS) 기반 신약 개발이다. 센스는 삼양이 30년간 연구해 지난해 개발한 플랫폼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등 유전물질을 특정 세포로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이다. mRNA 치료제는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체'가 핵심 기술이다.
현재 센스를 활용해 개발 중인 후보물질 중에서는 예방백신 'SYP-2246′와 항암제 'SYP-2135′가 대표적이다. SYP-2135는 LG화학(051910)으로부터 도입한 mRNA 전달체 기술이 쓰였다.
삼양바이오팜은 2023년 4월부터 LG화학과 mRNA 기반 항암신약을, 진코어와 유전자치료제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분할을 계기로 국내외 기업들과 더 적극적인 업무협약(MOU) 또는 인수합병(M&A) 추진도 예상된다.
다만 신약 개발의 현실적 난관도 적지 않다. 미국 화이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본 다케다 등이 진행 중인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임상시험을 접었고, 미국 길리어드의 자회사 카이트, 로슈의 제넨텍 역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잇따라 중단했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환자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게 철수 흐름에 불을 지폈다. 로슈와 미국 사렙타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 중인 듀센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엘리비디스' 임상시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며 업계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는 희소·난치성 질환에서 혁신 잠재력이 크지만, 면역 반응과 장기 독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삼양바이오팜이 신규 개발에 나선 만큼 전문인력 확보와 기술 도입 등이 필수적이고, 개발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도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