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전경. /동성제약

동성제약(002210)이 법원에 회생 절차(법정 관리) 폐지를 신청하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동성제약은 창업자인 고(故) 이선균 선대회장의 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 나원균 전 대표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는 "제약업계 2·3세 갈등이 기업 회생 문제로 번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제약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1부(재판장 김호춘)에 최근 회생 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회생을 신청한 지 6개월여 만이다. 동성제약은 그사이 경영진이 바뀌었고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며 돌연 회생 절차 종결을 신청했다. 68년 역사의 동성제약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법정 관리부터 고발까지…삼촌·조카 경영권 분쟁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하다. 이선균 선대회장이 2008년 별세하고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나 전 대표가 취임했다. 나 전 대표는 이 전 회장 누나의 아들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 14%를 마케팅 회사 브랜드리팩터링에 120억원에 넘겼다. 조카가 회사를 맡게 된 상황에서 삼촌이 돌연 지분을 외부에 매각한 것이다. 나 전 대표는 당시 회사 지분이 4.1%에 불과했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기업 회생을 활용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회생 절차는 빚이 많은 기업이 법원 관리 감독 하에 빚의 일정 부분을 나눠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는 제도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나 전 대표와 제3자인 김인수씨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동성제약의 새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나 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을 177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나 전 대표 등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주요 거래처 등에 선급금이나 대여금을 전달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나 전 대표 측은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나 전 대표는 지난 9월 물러났고 유영일 대표가 새롭게 취임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채권 변제 가능" vs "법정 관리 유지"

경영진이 바뀐 동성제약은 이번에는 회생 절차 종결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비영업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나 전 대표 측은 회생 절차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보통 회생 폐지 이후에는 기업 파산 절차로 넘어가지만, 동성제약은 채권을 변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청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성제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산 가치가 계속 기업 가치를 초과해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가 경영진이 바뀌고 돌연 종결을 추진하는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채무자회생법상 동성제약은 회생 절차를 종결해야 하는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법원은 채무자, 채권자, 관리인 등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회생 종결 여부를 받아들인다. 법원이 회생 폐지를 받아들이면 기존 절차는 정리된다. 회생이 폐지되지 않으면 법정 관리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채권자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재판부 입장에서는 (동성제약의) 채무 변제 계획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신빙성(信憑性)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