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비만과 당뇨병을 모두 가진 성인에서 체중과 혈당 수치 감소 효과를 보였다./Pixabay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먹는(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72주에 체중을 1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사제보다는 체중 감량 효과가 떨어지지만, 복용하기 쉬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의 데보라 혼(Deborah Horn) 교수 연구진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 모두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경구용 비만약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72주간 매일 투여해 용량에 따라 5.1~9.6%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고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릴리의 비만 치료 주사제인 위고비와 같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약이다. GLP-1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췌장에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은 억제한다. 원래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발전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9월 비만이지만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72주 동안 오포글리프론 36㎎ 고용량 복용군은 평균 11.2%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주사제 위고비의 15% 감량 효과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환자가 투약하기 편리한 먹는 약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과 호주·중국·독일·브라질 등 10국에서 두 질환을 모두 가진 1613명을 모집했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72주 동안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각각 오포글리프론 6㎎, 12㎎, 36㎎과 가짜약(위약)을 매일 먹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기준 체중은 101.4㎏,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는 35.6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은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평균 8.05%였다. 이 수치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1414명이 임상시험을 끝까지 마쳤다.

임상시험 결과, 72주 후 고용량 복용군은 평균 9.6%를 감량했으며, 중간 용량과 저용량 복용군은 각각 평균 7.0%와 5.1%를 줄였다. 반면, 위약 복용군은 2.5%만 감량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스테판 트랩(Stefan Trapp) 교수는 "오포글리프론이 GLP-1 주사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덜하지만, 여전히 건강과 삶의 질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며 "체중의 5% 감소만으로도 운동량을 조금 늘리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고 다른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 교수에 따르면 고용량 복용자들은 당화혈색소 수치도 평균 2%가량 감소했다. 대부분 당뇨 환자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위약군에서는 혈당 수치가 0.1%만 감소했다. 중간 용량과 고용량 참가자 중 약 10%는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지만, 대부분은 부작용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018년 일본 쥬가이제약의 기술을 사들여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했다. 회사는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길 기대하고 있다고 혼 교수는 전했다.

UCL의 트랩 교수는 "오포글리프론이 냉장 보관이 필요 없고 주사기도 필요하지 않아 주사형 GLP-1 약물보다 제조, 보관, 환자 전달 비용이 더 저렴할 것"이라며 "주사의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는 점과 결합하면, 중저소득 국가에서 GLP-1 계열 비만약의 접근성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Lancet(2025),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5)02165-8

NEJM(2025), DOI: https://doi.org/10.1056/NEJMoa2511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