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HK이노엔(195940)이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간판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처방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숙취해소제 '컨디션'은 코로나19 이후 예전만큼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혼술족(族)이 증가하면서 회식·모임 중심으로 소비되던 숙취해소제 수요가 예전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컨디션 매출은 2018년 854억 원에서 지난해 593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75억 원으로, 현재 흐름대로라면 연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컨디션 매출이 과거 전성기 수준을 되찾으려면 여전히 과제가 많다. 숙취해소제 시장 경쟁은 액상뿐 아니라 젤리·환(丸)·필름 등 다양한 제형으로 확장되며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연말 회식 시즌을 중심으로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컨디션 제로 스파클링'을 출시했고, 새로운 맛의 스틱형 신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HK이노엔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713억 원으로, 연매출 1조 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708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143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한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된 국내 30호 신약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해 약효가 빠르고 복용 편의성이 높아 '3세대 위장약'으로 불린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퀘즈나'가 경쟁 제품으로 꼽힌다. 보퀘즈나는 2032년까지 미국 내 특허 독점권이 있어 그 전까지 복제약 FDA 신청이 어렵다. 업계는 케이캡이 이 시기 시장에 안착할 경우 보퀘즈나와의 경쟁에서도 일정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보퀘즈나 처방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관련 약물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가 연내 FDA에 케이캡을 신청하면 2027년부터 본격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캡 매출 비중이 전체의 5분의 1에 달하는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HK이노엔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에크노글루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이 약은 투여를 중단한 뒤 7주가 지나도 체중이 유지되는 효과를 보여 요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