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지난해 2월 파스타 출시 기념 프레스 미팅을 하고 있다./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헬스케어가 차바이오그룹에 800억원에 인수됐다. 2022년 출범 이후 4년째 회사를 이끌어온 황희 대표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파스타'를 비롯한 의료데이터 사업(HRS) 등 기존 사업을 계속 주도할 예정이다.

차바이오그룹과 카카오(035720)그룹은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차바이오텍(085660)의 의료 인프라 관리 자회사 차케어스와 화장품 제조 자회사 차에이아이헬스케어(옛 제이준코스메틱)가 700억원에 카카오헬스케어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차에이아이헬스케어는 유상증자에도 100억원을 투자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2021년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출발해 2022년 3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초대 대표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였던 황희 대표가 선임됐다. 황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을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정보 시스템을 갖춘 기관으로 발전시켰고, 이지케어텍과 함께 개발한 전자의무기록(EMR)과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국내외 병원에 수출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카카오헬스케어는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과 성장 정체에 시달리며, 올해 초부터 매각설이 시장에서 돌았다. 출범 2년 만에 선보인 주력 제품 '파스타'로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도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은 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3%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349억원으로 58.5% 늘었다. 특히 결손금은 838억 원으로 전년도 292억원 대비 187% 확대되며, 처음으로 자본금(759억 원)을 넘어섰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 현금흐름도 –331억원으로 나타났다. 모회사 카카오로부터 초기 투자와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1800억원을 조달했지만 실적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2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황 대표의 리더십 문제도 거론됐다. 카카오 측은 그의 IT·의료 융합 역량에 기대를 걸었지만, 주력 사업인 파스타는 이용자 증가 속도가 더딘 편이었다. 파스타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앱을 연동한 맞춤형 혈당 관리 솔루션이다. 최근 수면 관리, 체중관리 서비스 '피노어트' 등 기능을 추가하며 2년 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에 도달했다.

스타트업과 기업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에 집중하며 외형은 커졌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MOU를 맺은 곳은 지니너스, 스카이랩스, 포티파이 등 스타트업과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인바디 등 기업이 20곳 이상이며, 구글 클라우드, SKT 등 빅테크 기업과 국내 종합병원, 보험사와도 협업했다.

내부 갈등도 문제였다. 황 대표는 이지케어텍 출신 인력을 핵심 포지션에 배치하며 주요 의사결정을 맡겼지만, 의사 중심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와 업무 소통 방식이 기존 카카오 인력을 비롯한 IT·AI 인력들과 충돌하며 반발을 샀다. 최근 파스타 개발 라인의 개발실장·파트장·팀장 등 수십 명이 잇따라 퇴사하기도 했다. 한 관리급 전 직원은 "전형적인 의사식 소통으로 IT 인력을 압박하고, 구체적 사업 방향 없이 여러 일을 벌이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번 차바이오그룹 인수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조직 안정화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부 투자자로부터 500억원을 유치하고, 카카오그룹과 차에이아이헬스케어의 유상증자를 합치면 총 약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진다.

카카오헬스케어 측은 "파스타 앱과 의료 데이터 사업, 병원 컨시어지 서비스 '케어챗'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차바이오그룹과 연계해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국에서 77개 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