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센터. /뉴스1

부산에서 다친 고교생이 1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병원들은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는 "병원에서 응급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부산 한 고교에서 A(18)군이 지난달 20일 오전 6시 17분쯤 쓰러진 채 발견됐다. A군은 학교 건물 밖에서 추락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당시 출근하던 교사가 신고해 소방당국이 오전 6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A군은 당시 의식이 있었고 경련과 호흡 곤란 증상이 있었다. 구급대원은 A군을 구급차에 태우고 이송할 병원을 찾았다. A군 증상을 고려해 신경과가 있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연락했으나 수용을 거부당했다. 구급대원은 결국 부산소방재난본부 산하 구급상황관리센터 측에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센터는 부산 뿐만 아니라 경남 창원에 있는 병원까지 8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병원들은 대부분 소아 신경과 관련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1시간 가깝게 시간이 흘렀고 A군은 심정지 상태가 됐다. 구급대원은 가장 가까운 대동병원으로 향했다.

환자가 심정지 상태면 근처 병원은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A군 옷을 벗겨 신체를 자세히 확인한 결과 꼬리뼈 근처 외상이 발견됐다. A군은 첫 신고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의료계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SNS)에 "의사가 생명에 대한 기본 윤리를 저버린 일"이라면서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는 참사"라고 했다.

그는 "신경외과면 어떻고 응급의학과면 어떻고 일반의라면 어떻느냐"면서 "식당이 최종 조미료 한 가지 없다고 밥을 안 주고 사람을 굶겨죽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BC 원칙은 의사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라면서 "Airway(기도 확보) Breathing(호흡 보조) Circulation(순환 유지·맥박과 혈압 상태 평가와 기본 유지)을 대도시에서 제공 못 받아 사망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병원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성관 경기도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도 SNS를 통해 "경련 치료는 경련이 멈추면 끝이 아니라 경련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면서 "원인에 따라 필요한 전문의가 달라진다"고 했다.

양 과장은 "병원들은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법원의 기준을 충족할 자신이 없어서 학생을 받지 않았다"면서 "실제 판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응급소아외과 환자가 발생하자 휴가 중인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 대신 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쁘자 보호자는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외과 전문의 중에서 세부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당직 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맡긴 병원 측에 책임을 물어 10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고 했다.

구급대원이 당시 환자 상태를 병원에 제대로 알렸어야 했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추락했다면 보통 골절, 출혈 등이 있는데 현장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이후 환자가 심정지한 뒤 병원에서 외상이 발견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