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정부가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하면서 현대약품(004310)의 미프진(미프지미소)이 주목받고 있다. 미프진은 '먹는 낙태약'으로 현대약품이 4년째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프진은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고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원리로 임신을 중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0개국에서 판매한다. 국내에선 불법이라 중국에서 생산한 복제약이 밀수입돼 수십만원에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약품, 英 제약사에서 판권 계약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진에 대한 국내 판권을 독점 계약했다. 현대약품은 미프진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그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자료 보완을 요청했고 현대약품이 일부 자료를 구비하지 못해 허가를 취하했다.

현대약품은 2023년 3월 다시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으나 마찬가지로 자료 문제로 품목 허가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12월 미프진 품목 허가를 3번째로 신청했다. 품목 허가 심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식약처는 관련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신 몇주까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정해야 품목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법 개정이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품목 허가 결과가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022년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1년 4.10공동행동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될 때까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낙태죄가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1

◇불법약 문제 해결할듯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듬해 말까지 국회에 법 개정을 주문했다. 최대 임신 22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지만 법 개정이 처리되지 않았다.

입법 공백이 발생하며 여성들은 불법으로 내몰렸다. 낙태죄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임신 중지 약물을 거래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자보건법은 강간이나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약물에 대한 내용은 없다.

임신 중지 약물은 보통 소셜미디어(SNS)에서 30만~50만원에 거래된다. 그러나 불법 약물은 진위가 확실하지 않고 구토, 출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거나 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렵다. 자칫 구매 이력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약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했다. 22대 국회도 임신 중지 약물을 합법화하고 인공 임신 중지에 대해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식약처 품목 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현대약품은 이미 국내에서 노레보, 야로즈 등 사전·사후 피임약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약품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1431억, 41억원이다. 의약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