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신약 개발사 오스코텍(039200)이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제노스코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땅을 밟은 폐암 신약 렉라자를 개발했다. 앞서 제노스코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가 반대했고 무산됐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지분 59%를 갖고 있다. 오스코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해 남은 지분 41%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한 외부 투자자에게 새롭게 주식을 발행해 판매할 예정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이를 위해 다음 달 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예정 주식을 총 4000만주에서 5000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오스코텍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1~2년 안에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제노스코는 메리츠증권(20%), 유한양행(5%), 오스코텍 김정근 전 대표의 자녀(13%), 임직원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의 66%에 달한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경우 주식 가치가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주식 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오스코텍 측은 "주주 가치 희석을 초래하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주주에겐 새로운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제노스코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한국거래소 예비 심사 단계에서 무산됐다.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이 모두 렉라자에서 매출이 나와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은 지난 2000년 미국에 제노스코를 세웠다. 제노스코는 렉라자를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000100)에 기술 이전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스(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같이 쓰는 병용 요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의 계약 규모로 렉라자의 글로벌 독점 권리를 기술 이전했다. 당시 계약에 따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존슨앤드존슨에서 렉라자 매출 대비 일정 부분을 로열티(판매 수익 일부)로 받는다. 두 회사는 각각 로열티의 20%씩 받고 나머지 60%는 유한양행이 받는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이처럼 똑같이 렉라자에서 매출이 나온다는 점에서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희석된다고 반대했다. 소액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으로 오스코텍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단체 행동에 나섰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김정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 전환, 합병 등을 요구했다. 오스코텍은 두 회사 합병은 제노스코가 미국 법인이라 어렵다고 보고 완전 자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이익이 그대로 모회사로 흘러 들어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형태가 된다는 입장이다.

오스코텍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와 고형암 치료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제노스코는 개발 중인 폐섬유증 치료 후보 물질 임상 1상 시험 계획 신청서를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제출했다.

임상을 진행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앞서 제노스코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도 각종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조달을 위해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렉라자 로열티와 마일스톤(기술료)을 연구개발비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오스코텍의 올해 누적 3분기 연결 매출은 209억원, 영업손실은 93억원이다. 연구개발비는 178억원이다. 제노스코는 같은 기간 매출 123억원, 영업 손실 33억6500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