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바이엘코리아 인사부 총괄이 최근 서울 여의도 바이엘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바이엘의 차별화된 HR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

162년 역사의 독일 생명과학 기업 바이엘(Bayer)이 대대적인 조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年) 단위의 전통적 조직 운영 방식을 깨고, 90일 단위로 성과를 점검하는 체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 인공지능(AI)을 인사 시스템에 적용해 임직원 역량을 분석하고, 성장 경로를 제안한다. 바이엘은 이를 'DSO(Dynamic Shared Ownership·역동적 공유 오너십)' 모델로 명명하고, 자율성과 협업 중심의 조직으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바이엘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정현진 바이엘코리아 인사 총괄(Country HR Lead)은 "기업 조직이 더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해야 살아남는 시대"라며 조직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엘은 세계 최초 합성의약품 '아스피린(해열진통제)'을 개발한 기업이다. 의약품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 사업도 한다. 바이엘코리아는 올해로 한국 진출 70주년을 맞았다.

◇ 생산성·역량 강화 모델 DSO 도입

바이엘코리아는 DSO 모델 도입에 따라 90일 단위로 업무를 추진하고, 구성원 간 미팅을 정례화해 성과를 점검하고 서로의 피드백을 공유한다. 마이 임팩트 인사이트(My Impact Insight) 라는 피드백 도구를 통해 분기마다 동료 5~15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식이다. 모든 과정은 기명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 총괄은 DSO 모델에 대해 "핵심은 AI·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환경에서, 조직 내 불필요한 승인 절차를 줄이고 실무자 중심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도의 본질은 직원을 '압박'하려는 게 아니라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고객 가치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관료주의를 탈피하고 임직원이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DSO의 목표"라고 말했다.

DSO 전환에 따른 빠른 협업 시스템이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평했다.

정 총괄은 "현재 대부분의 직원이 미션 중심 '스쿼드(Squad)' 단위로 일하고 있다"며 "초반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성과로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제는 지난해 2월 급여 등재 후 국내 매출이 글로벌 전체에서 6위를 달성한 것과 황반변성 치료제 고용량 제품이 예정보다 이른 10월에 급여 등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꼽았다.

◇ "AI 시대, T자형 인재 가치 커질 것"

바이엘은 AI 기술을 활용한 역량 중심의 인사 전략도 펼치고 있다. 직원 역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추천하고 경력을 설계하는 '탤런트 마켓 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와 '커리어 내비게이터(Career Navigator)'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정 총괄은 "직원은 자신의 경력을 입력하면 AI가 적합한 프로젝트를 추천하고, 필요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이나 멘토링을 안내한다"며 "올해 초 글로벌 전사 런칭 후 이미 직원의 60% 이상이 등록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AI가 각 직원의 배우고 키워야 할 역량도 제안해, 개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 총괄은 "이 플랫폼은 단순한 인사 관리 도구가 아니라, 직원이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업스킬링(upskilling)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정 총괄은 앞으로 글로벌 기업 인사(HR)의 방점은 '역량 기반(Skill-based)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직무(Job)보다 역량(Skill)이 중심이 되는 시대"라며 "과거에는 정해진 직무 기술서에 따라 일했지만, 지금은 과제 중심으로 팀이 빠르게 구성되고 해체된다"며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며,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 기회를 찾는 구조"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인재가 고정된 직무에 머물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해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정 총괄은 "AI와 함께 일할수록 단순한 전문성보다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과 함께 넓은 시야와 다양한 영역의 이해도를 갖춘 'T자형 인재'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