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 약 2년 6개월까지 버틸 수 있다. 일라이 릴리로부터 계약금을 연내에 받는다면, 올해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재무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유입 시점에 따라 현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숨은 비용(히든 코스트) 같은 변수도 있지만, 외부 자금 조달보다는 자체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1000억원, 이달 12일에는 미국 일라이 릴리에 3조8000억원 규모로 플랫폼 기술을 이전했다. 혈뇌장벽(BBB)을 통과해 항체를 뇌까지 전달하는 '그랩바디-B' 플랫폼을 제공하는 계약으로, 올해만 약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뒀다. 이 영향으로 회사의 시가총액은 10조원에 근접하며 코스닥 시총 4위권에 올랐다.
특히 글로벌 시총 1위 제약사 릴리와의 계약은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사는 기술이전뿐 아니라 릴리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까지 유치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회사는 이번 릴리 계약을 계기로 기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중심의 중추신경계(CNS) 질환 외에 근육·비만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훈 대표는 "일라이 릴리는 GLP-1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CNS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 기업"이라며 "그랩바디-B를 활용해 CNS는 물론 근육·비만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 아이오니스(Ionis)의 공동 연구에서도 그랩바디-B가 BBB 셔틀을 통해 뇌뿐 아니라 근육으로의 전달 가능성도 확인됐다. 비만·근육 질환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추가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 개선 기대도 커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47억원으로 전년 동기(400억원) 대비 손실 폭은 줄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개발(R&D)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3분기 누적 R&D 비용은 7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07억원)보다 42.4% 증가했고, 영업비용도 642억원에서 897억원으로 39.7% 늘었다.
이 대표는 "작년에 R&D에만 약 750억원을 썼고 대부분 임상 비용"이라며 "특히 ADC(항체-약물접합체)는 초기 연구에만 20~30억원, 생산에 200억원이 들고 분석 비용도 기존 이중항체의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R&D 중심 회사라 흑자 자체가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릴리로부터 계약금 585억원을 연내 수령한다면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금 여력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 약 117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달 릴리의 220억원 지분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가용 자금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주가 상승세도 이어지면서 추가 조달 여지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플랫폼 기술 거래는 에이비엘바이오가 GSK·릴리 건이 국내 최대 규모이지만, 물질 기술이전의 경우 임상 1상을 마치면 규모가 훨씬 크다"며 "플랫폼 외에 물질 기술이전도 꾸준히 추진할 것이고, 시장 조달보다는 내부 기술 성과로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랩바디-B와 더불어, 현재 개발 중인 대표 파이프라인인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ABL001(성분명 토베시미그)',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6'·'ABL209' 등을 향후 회사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ADC 물질의 경우 비임상시험에서 경쟁 약물 대비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 등을 입증해, 연내 ABL206, 내년 1분기 ABL209의 미국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순차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ABL001은 현재 글로벌 파트너사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임상 2·3상을 진행 중인 담도암 2차 치료 후보물질로, 내년 4월 전체 생존 기간(OS), 무진행 생존 기간(PFS) 등 주요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26년 말 ABL001 허가 여부가 회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허가 시 컴퍼스로부터 받을 로열티(경상 기술료)는 최소 500억~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