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이 핵심 제품으로 내세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매출 목표를 대폭 낮추면서,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소각과 함께 경영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임시주총 소집을 위한 오프라인 지분 수거 캠페인에 돌입했다. 비대위는 이번 주 내로 주식 수거와 주주명부 대조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임시주총 소집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 회사에 임시주총 소집 요청서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회사가 거부하면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상정할 안건은 △이사회 견제 기능 복원 △경영 투명성 강화 △집중투표제 도입 △보유 자사주 100% 소각 △계열사 분할상장 제한 조항 신설 등이다. 특히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 소수 주주를 대변할 대표이사 선임을 유도하는 게 목표다.
소액주주들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신속한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올해 매입한 자사주 5000억원은 주주와의 약속대로 연내 모두 소각하고, 그 전에 매입한 자사주 또한 추가로 소각하라"며 "자사주 소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은 신뢰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회사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 시행 및 약속 이행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서정진 회장은 2023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주가가 저평가 돼있어 자사주를 산다"며 자사주 5000억원 소각을 공언했다. 회사는 올해까지 자사주 8500억원을 매입하고 9000억원 규모 소각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1000억원도 소각을 추진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주주들의 화를 키운 건 서 회장의 '짐펜트라' 매출 목표 번복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3월 올해 짐펜트라 매출 전망치를 1조원으로 제시했다가, 같은 해 11월 홍콩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7000억원으로 낮췄다.
올해 9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3500억원으로 또 낮췄다. 서 회장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한 곳에서 짐펜트라 등재가 늦어지고 있다"며 "유통 구조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이 목표 달성도 어렵다고 평가한다. iM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짐펜트라 연간 매출 전망치를 1013억원으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보다 700억원 낮췄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2023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존슨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정맥주사(IV)에서 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짐펜트라보다는 '아이덴젤트', '앱토즈마' 등 신규 바이오시밀러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 역시 PBM 등 미국 보험 등재와 점유율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가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비대위원장은 "셀트리온은 이제 거버넌스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보다 신뢰 가능한 지배구조 개편과 투명한 경영이 시장이 요구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총회와 간담회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고, 매출 목표 허언으로 인한 공매도 빌미를 중단해야 시장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