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196170)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을 본격 추진한다. 회사는 다음 달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전 상장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공식화한 이전 전략이 주총 절차와 맞물려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알테오젠 기술(ALT-B4)이 적용된 '키트루다(Keytruda)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를 승인했다. 이를 통해 알테오젠은 첫 상업화 실적을 확보했다. 업계는 코스피 이전이 해외 투자자 접근성 제고, 거래 신뢰도 강화, 협상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제형 전환 수요 지속…추가 기술 이전 가능성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2014년 코스닥 입성 이후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2018년 독자 플랫폼 기술을 확립했고, 2020년 미국 머크(MSD)와 4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섰다.

FDA 승인으로 ALT-B4의 상업화가 가시화되면서, 알테오젠은 향후 키트루다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령하게 된다. 기존 일회성 기술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반복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로열티 비율은 비공개지만, 업계는 4~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항암제 분야에서도 제형 전환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추가 기술 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까지 알테오젠은 MSD·산도즈·다이이찌산쿄·메디뮨 등 6개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했고, MSD·산도즈와는 후속 계약도 진행했다.

정희령 교보증권 연구원은 "2028년 기준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관련 로열티 매출은 약 1조59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연내 기술이전과 코스피 이전, 키트루다 SC 출시 마일스톤까지 고려하면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질적 심사' 대비 내부 정비 필수…감사위원회 부재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려면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주식 수 100만주 이상 ▲일반주주 보유주식 비율 25% 이상 또는 500만주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매출·수익성·시가총액 관련 기준 중 1개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알테오젠은 올해 2분기 기준 자기자본 3477억원, 발행주식 5346만주, 일반주주 지분율 71.79%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1023억원으로, 형식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거래소의 질적 심사 대응이다. 핵심은 ▲사외이사 비율 확대 ▲감사·보상위원회 설치 ▲내부회계관리제도 고도화 ▲의결권 행사 편의성 강화 등 지배구조·내부통제 체계 확립에 있다.

알테오젠은 이를 위해 내부 정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알테오젠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사회 내 위원회는 설치돼 있지 않다. 회사 측은 "주주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테오젠 기술(ALT-B4)이 적용된 '키트루다(Keytruda)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머크

◇외부 투자자 비율 75%...코스피 진입, 경영권 위협할 수도

알테오젠은 현재 박순재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최대주주인 박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36%(1089만1700주)다. 5% 이상 주주는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270만주·5.05%)뿐이며, 나머지 기타주주가 74.59%(3991만4088주)를 차지한다.

형 대표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처남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0년 본인과 가족, 스마트앤그로스 명의로 알테오젠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했으며, 지난 7월 개인 블로그에서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코스피 이전 후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최대주주 평균 지분율은 29.21%, 제약·바이오 업종 평균은 40.19%다.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인 파마리서치(214450)의 대주주 지분율도 30.8% 수준으로, 알테오젠의 대주주 지분율은 업종 평균을 하회해 경영권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안정성이 약화된 사례로는 삼성물산–엘리엇 매니지먼트 분쟁이 자주 언급된다.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뒤 합병 비율 조정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삼성물산 오너일가 지분율은 13.83%에 불과해 외부 요구에 취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종은 다르지만, 낮은 대주주 지분율이 외부 변수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지분 구조가 즉시 경영권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한다. 국내 상장사의 경우 통상 최대주주가 25~3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면 실질적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되며, 경우에 따라 20% 안팎의 지분만으로도 충분한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이 검토 중인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역시 동일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표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실질적 통제력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은 대주주 권한 속에서 이뤄지는 경영 방식"이라며 "지배력 약화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가 향후 지분 매각이나 완전한 은퇴를 선택할 경우, 경영권 및 지배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경영 승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왔으며, 공동 창업자인 배우자 정혜신 전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지난해 3164억원 규모 블록딜(대량매매)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알테오젠 측은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나 추가 설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