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두 달간 미국의 비만약 개발 기업을 두고 인수 경쟁을 벌인 결과, 원래 인수하기로 한 화이자의 승리로 결론 났다.
AP·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미국의 비만약 개발사인 멧세라(Metsera)를 100억달러 이상(한화 14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인수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주당 86.25달러를 멧세라에 지급한다. 65.60달러의 현금 지급에 20.65달러의 조건부 가치권(CVR)을 더한 것이다. CVR은 미리 정한 성과 등을 달성했을 때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권리다. 화이자는 오는 13일 멧세라 주주총회에서 인수안이 승인되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9월 화이자는 멧세라의 인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노보 노디스크가 화이자를 뛰어넘는 인수 조건을 제시하면서 가로채기에 나섰다. 노보가 멧세라에 제시한 인수안은 6억5000만달러(9476억원)의 선지급금을 제시하고 추가 성과 달성 조건에 따라 최대 90억달러(13조1200억원)까지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에 멧세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우월한 회사 제안(superior company proposal)'으로 판단하고 화이자에 통보했다"고 밝히면서 화이자와 노보의 피튀기는 인수전이 시작됐다. 화이자는 즉각 반발하며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에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우려가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FTC는 노보와 멧세라에 반독점법 관련 경고 서한을 보냈다. 노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 삭센다·오젬픽·위고비 등 당뇨·비만 치료제를 생산하고 있어서다. 멧세라도 노보의 인수 거절 사유로 FTC의 반독점 우려를 들었다.
노보도 "재무 건전성과 주주 가치를 고려해 더 이상 인수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 개발 및 인수 기회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보가 일부 위험 부담을 안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데에는 비만약 경쟁에서의 위기감이 주효했다. 당뇨·비만 신약을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하며 '위고비 열풍'을 만들었지만, '마운자로'를 개발한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서 최근 선두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현재 비만약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노보의 위고비와 릴리 마운자로는 모두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을 모방한 약물이다.
반면 멧세라가 개발 중인 비만 신약 후보물질 'MET-233i'는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한 약물로, GLP-1처럼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지난 6월 임상 1상 시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하자 증시에서 주가가 장중 25%까지 급등했다.
이 회사는 GLP-1 계열 MET-097i도 개발하고 있다. 이 비만약 후보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해 복용 편의성에서 차별성이 있다. 기존 비만약은 1주에 한 번 투여한다. 회사는 임상 2상 시험에서 최대 14.1%의 체중 감소 효과와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성명에서 "멧세라의 신약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우리의 임상·제조·판매 인프라 구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