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다. 루닛이 주관하며 SK바이오팜, KAIST, 서울대 등 국내 23개 기관이 참여해 AI 기반 의과학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사진=microsoft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 전략사업 '인공지능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의과학 분야 주관 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대규모 AI 생태계 구축 사업 과제로, 사업 규모는 총 182억 1073만원이다. 루닛은 이번 사업의 주관 기관이자 기술 총괄 기관으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컨소시엄 구성해 추진해 왔다.

컨소시엄은 트릴리온랩스, 아이젠사이언스, SK바이오팜(326030), 카카오(035720)헬스케어, 스탠다임, 리벨리온, 디써클 등 7개 기업과 KAIST· 서울대의 6개 연구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경희의료원 등 9개 의료기관 등 총 23곳으로 구성돼, 산·학·연·병 협력체계를 이뤘다. 이번 선정에 따라 23개 기관이 함께 사업을 수행한다.

사업 과제명은 '분자에서 인구까지 전주기 의과학 혁신을 위한 멀티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AI 기본 모델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다양한 의료 정보를 연결하고 이를 통합 활용하는 AI를 개발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의과학 분야에서는 각 단계의 지식 체계가 서로 단절돼 있었다. 단계별로 특화된 AI 모델들이 따로 존재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에이전트 시스템이 없었다. 그 탓에 각 연구가 임상 성공으로 연결되는 증거 사슬을 갖추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번 과제의 목표는 유전체학, 단백체학, 대사체학 등 생체 거대분자를 분석한 다양한 오믹스(omics) 정보와 의약품, 의과학 논문·가이드라인, 임상지식까지 연결해 증거 사실을 내재화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 AI인 6가지 응용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한다. 에이전트는 AI를 사용해 사용자를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루닛은 "우선 약 174억원 규모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인프라 자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2026년 9월까지 2단계에 걸쳐 연구 개발을 진행한다"며 "과제 종료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320억개 매개변수 규모의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분자부터 임상까지 전주기 지식 데이터를 통합한 본 모델을 상업용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자율 작동하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응용 서비스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개발 완료 후 국내 총 13개 기관(병원 11개, 제약기관 2개)에서 실증 연구를 하고,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제약사로 보급을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한국 의료 AI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서 사업 준비를 이끌어 왔으며 앞으로도 컨소시엄을 이끌며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과제를 통해 축적된 전주기 AI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로 사업을 지속 확장하는 한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컨소시엄 내에서 AI 기반 신약 개발과 디지털 트윈 모델 개발을 담당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컴퓨터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인체 디지털 트윈으로 신약에 대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는 SK바이오팜의 AI/DT(인공지능/디지털 전환)센터가 중심이 돼 추진할 예정이다. AI/DT센터는 신약 개발 연구개발(R&D) 플랫폼,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도구, AI 업무 지원 시스템 도입 등 AI 가속화와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CEO 직속 조직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AI/DT센터를 중심으로 루닛 등 국내 AI 선도기관들과 협력해 AI 기반 신약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가속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오는 1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약 10개월간 진행되며, 최종 선정된 컨소시엄 참여 기업, 기관에는 엔비디아 최신 GPU가 각각 256장씩 지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