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Bio Japan 2025)' 전시장. 왼쪽부터 중국 우시앱텍,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CDMO 기업이 나란히 부스를 차렸다./요코하마(일본)=염현아 기자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잇따라 대내외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세계 시장의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경쟁사의 위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안정성과 생산력을 앞세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8일 중국 우시앱텍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자회사 '우시 클리니컬(WuXi Clinical)'과 임상시험 운영 전문회사 '우시 메드키(WuXi MedKey)'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재정적 유연성을 높이고 글로벌 역량 확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의약품 연구·개발·제조 일괄수탁(CRDMO)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생물보안법이라는 위기 속에서 나왔다. 지난 10일 미국 상원은 생물보안법을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포함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특정 바이오 기술 기업과 미국 정부 간 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발의됐을 때는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상·하원 조정과 대통령 서명이 완료되면 연내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우시그룹은 생물보안법에 대비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우시바이오로직스는 8억원, 우시앱텍은 15억원이 넘는 금액을 로비에 사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62% 증가한 수치다. 우시그룹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약 10% 점유율을 가진 5위권 기업으로, 미국 사업이 제한되면 한국·일본 등 경쟁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후지필름도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에 3500명 이상의 개인정보와 건강 관련 정보가 유출된 사고를 보고했다.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같은 기본 정보에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 번호, 여권·신분증 번호, 건강보험 정보까지 다양한 개인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필름은 피해자에게 통지서를 발송하고 24개월간 무료 신용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 분야에서 한 번의 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기업 신뢰도 하락, 고객사와의 계약 해지,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술 보안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후지필름의 미국 내 공세 확대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삼성바이오로직스

아시아에서 최대 경쟁사들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업계의 시선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쏠리고 있다. 경쟁사 악재로 일부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 내 사업 제한에 대비해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매각해왔고, 이번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 일본 후지필름의 데이터 유출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성과 신뢰도를 부각할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우시와 일본 후지필름과 경쟁하는 아시아 대표 CDMO 기업이다. 미국 생명공학 전문매체 GEN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DMO 매출 1위는 스위스 론자였고, 미국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캐털란트,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가 2~5위를 기록했다. 일본 후지필름은 7위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창립 이후 누적 수주는 위탁생산(CMO) 105건, 위탁개발(CDO) 154건으로, 누적 수주 총액은 200억 달러(28조7000억원)를 돌파했다. 78만4000리터(L)에 달하는 세계 최대 생산 역량을 확보했으며,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에 3개 공장을 추가 건설해 총 132만4000L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