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앞. 이곳은 해마다 10~11월 연어들이 모이는 국내 최대 연어 산란지이자, 일명 연어 주사라 불리는 피부 재생 주사제 '리쥬란(Rejuran)'으로 유명한 재생의학 기업 파마리서치(214450)의 근원지다.
파마리서치는 정상수 의장이 2001년 설립한 회사로, 연어 정소·정액에서 피부 조직 재생 성분인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P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Polydeoxyribonucleotide·PDRN)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급성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두 성분은 항염증 효과와 함께 각종 성장인자가 분비되도록 촉진해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정 의장은 연어가 돌아오는 강릉 출신이다. 그는 1982년 중앙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대웅제약에서 개발과 글로벌 의약품 인허가 업무를 하다 파마리서치를 세웠다. 고향에서 자라며 본 연어를 활용해 사업에 성공한 것이다.
파마리서치의 지난해 매출액은 3501억원, 영업이익은 1261억원으로 역대 최대 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피부 재생 주사제와 기초 화장품 리쥬란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회사는 올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세계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연어 부산물로 피부 재생 성분 만들어
파마리서치는 양양에 있는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양양생명자원센터) 연어사업소와 자원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연어 인공 수정 후 남은 수컷 연어의 정소를 활용해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는 "버려지던 해양 자원을 고부가가치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라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수컷 연어의 정소는 파마리서치의 강릉 생산 공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추출한다. 회사가 제품화한 피부 재생 성분은 DNA에서 나온다. 회사는 독자 개발한 공정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연어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고순도로 가공해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 피부 재생 주사제 원료로 만드는 기술이다.
한준호 파마리서치 원료팀 대리는 "DNA의 품질과 안정성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최적화 과정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천연 유래 물질은 추출 원료나 가공 방식에 따라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쉽지만, 독자 공정 기술로 이 변수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DNA 성분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상업화했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피부 보습·탄력 회복 주사제 리쥬란 힐러, 무릎 관절 통증 완화·연골 보호 주사제 콘쥬란, 피부 이식 후 상처 회복용 의약품 리쥬비넥스, 각막·결막 손상 회복용 점안액 리안, 피부 개선 화장품 리쥬란 등이 대표적이다.
◇"매출 5000억 돌파 앞둬…글로벌 현지화 속도"
28일 강릉에서 열린 '파마리서치 글로벌 메디컬 심포지엄' 현장에서 만난 손지훈 파마리서치 대표는 "지난 3월 대표 취임 후 세계 시장 다변화,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파마리서치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세계적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 본사에서 일했으며 국내에서 동아제약 글로벌사업부 전무, 박스터코리아 대표, 동화약품 대표, 휴젤 대표 등을 지냈다.
손 대표는 "우선 서유럽 시장부터 주력해 올해 안에 영국향(向) 초도 물량을 선적하고 내년 1월부터 21개국에서 순차적으로 리쥬란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8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스테틱 기업 비바시(VIVACY)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서유럽 22개국 유통망을 확보했다.
주사제 리쥬란 힐러는 한국뿐 아니라 호주,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등 20여 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폴리뉴클레오타이드 성분 의료기기 중 유럽 의료기기 규제(MDR) 승인을 받은 브랜드는 리쥬란이 유일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손 대표는 "3년 내 유럽 스킨 부스터(피부 영양 성분을 진피층에 직접 주입해 피부 개선을 돕는 시술) 시장 선두에 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파마리서치는 중동, 남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아랍에미리트 유통사 메디카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고, 남미 시장의 경우 멕시코와 칠레에선 제품 출시를 완료했고 브라질에서는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승인 절차를 고려해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손 대표는 "현 추세라면 올해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분기에는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로 개원가에 시술할 의료 인력이 줄어 일시적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을 더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가 매출 6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손 대표는 회사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을 하려다 지난 7월 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 "주주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현재 지주사 설립을 재추진할 계획은 없으며, 경영을 효율화하고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