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철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2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강릉=염현아 기자

"광합성 생물인 미세조류(microalgae)는 질병을 예방할 항산화 신약의 원료이며, 미래 식량자원이자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해양 천연물 자원입니다. 아직 미개척된 종이 많아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재로 개발 가능성이 큽니다."

판철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2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제 콘퍼런스' 기조 강연에서 "미세조류는 해양 바이오 산업의 중심축으로, 한국형 실내 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 개발이 미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세조류는 미역·다시마 같은 대형 조류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엽록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미세한 식물성 생물이다. 약 30년간 천연물 연구에 매진해온 판 연구원은 경력의 절반 이상을 미세조류 연구에 쏟았다. 그가 발표한 관련 국제 학술 논문은 150편이 넘고,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판 연구원은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가 구축한 기능평가·대량배양·균주개량·제형화 등 전주기 연구 플랫폼을 중심으로 천연물 기반 바이오 소재의 산업화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미세조류가 빛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고부가가치 천연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판 연구원은 "인간은 음식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며 "미세조류도 광합성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기지만, 이를 억제하는 색소 물질을 함께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색소는 우수한 항산화제로 작용해 식물을 보호하고 인체 건강 증진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푸코잔틴(Fucoxanthin)은 2000년대 이후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으며 피부 탄력 개선, 염증 억제, 인지기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이 입증됐다. KIST 연구팀은 푸코잔틴을 이용해 피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화장품 소재, 안구건조증 개선 건강기능식품, 유산균 복합 조성 체지방 감소 제품 등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인정받았다.

판 연구원은 식물 기반 천연물의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식물은 계절·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한국처럼 일조량과 온도 편차가 큰 지역에서는 야외 개방형 배양이 비효율적"이라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IST는 실내 수조형 미세조류 배양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세조류 배양은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어 탄소 중립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잔여 세포벽 성분은 기능성 사료나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고, 배양액 속 엑소좀을 활용한 건강기능소재 개발도 가능하다. 엑소좀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생체 유래 입자로, 약물을 특정 세포에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차세대 전달체다. 이 같은 순환 구조를 통해 친환경 블루(해양) 바이오 산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판 연구원은 2020년 미세조류를 활용한 눈 건강 개선 소재를 개발하고, 친환경 미세조류 원료 생산기업 '마이크로알지어스코어스(Microalgae Ask Us)'를 공동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상홀딩스(084690) 자회사로 편입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적으로 활용 중인 미세조류는 전 세계 5만 종 중 20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아직 미개척된 종이 많아 신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