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연구 없이는 응용 연구도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약연구위원회(SAMRC) 산하 생약연구소(Herbal Drugs Research Unit)를 이끄는 알바로 빌리욘(Alvaro Viljoen) 교수는 22일 오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식물 연구의 본질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라며 "기초 과학의 깊이가 산업의 넓이를 결정한다"고 했다.
빌리욘 교수는 2013년 남아공 정부로부터 식물의약학(Phytomedicine) 분야 국가연구석좌로 선정된 천연물 약학의 권위자다. 그는 이날 '남아프리카 약물식물학의 30년—발견, 개발, 그리고 성찰'을 주제로 30여 년간 연구 여정을 공유했다.
빌리욘 교수는 남아프리카를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전통 지식이 살아 숨 쉬는 연구의 현장"으로 소개했다. 그는 "남아공에는 2만2000여 종의 식물이 존재하고, 그 중 3000여 종이 전통 치료에 활용된다"며 "이러한 생물 자원과 토착 지식의 결합은 천연물 연구의 거대한 실험실이자, 지속 가능한 바이오 경제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빌리욘 교수는 츠와네 공과대학교( Tshwane University of Technology) 산하 식물의약연구그룹을 중심으로 남아공 의약연구위원회, 과학혁신부(DSI), 국가연구재단(NRF) 등과 함께 추진해온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품질·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신뢰할 수 있는 천연물 의약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의 투자와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남아공 전통 약용 식물 사례를 언급했다. 알로에(Aloe ferox), 참깨과 식물인 악마의 발톱(Devil's Claw), 스켈레튬(Sceletium tortuosum) 등은 오랜 세월 토착 공동체가 활용해온 식물이지만, 최근에는 현대적 표준화 연구와 임상 평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는 "이들 식물 연구는 단순한 생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일자리와 산업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바이오 경제가 국가 성장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빌리욘 교수는 천연물 산업이 직면한 윤리적·환경적 과제도 지적했다. 그는 "생물 자원의 상업화는 생태계 보존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한 이익 공유와 지속 가능한 채취, 품질 관리가 연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어야 한다"고 했다. 남아공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 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제도와 국제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시스템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협력 모델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