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신약 연구·개발(R&D)이 끊김이 없이 추진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규제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 행사에서 업계와 정책 전문가들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주최했다.
행사는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과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GI파트너스 대표)이 주제 발표를 하고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진행은 이병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벤처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김열홍 사장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전임상 단계에서의 재원 부족"이라며 "이로 인해 유망 인력이 이탈하거나,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그 사이 해외 기업이 유사 물질을 먼저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초기 임상시험 단계를 지원하는 브리지(징검다리) 펀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R&D 지원 예산과 공공 펀드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관순 위원장은 "우리도 지금처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지정하고 제도·세제·펀드 등에서 종합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중국의 발전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신약 개발 수준이 우리보다 낮았지만,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 기술수출 규모가 한국의 10배 이상으로 커졌다"며 "선진국 제약사들의 기술 도입도 30% 이상이 중국 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윤종 원장은 "미국은 정부 R&D 투자를 주로 국방과 바이오, 에너지에 쏟는다"며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과 산업 잠재력 측면에서 바이오에 20%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현재 국내 펀드가 대체로 50억원 안팎의 소규모 투자에 머물고 있다"며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선 수백억원 단위의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우 본부장은 "국내에 글로벌 규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다"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기업과 학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건 위원장은 "아시아 국가의 인구 규모와 시장 잠재 성장성이 큼에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의 패권을 여전히 미국과 유럽 기업이 쥐고 있다"며 "이 산업은 이너서클(핵심층)에 못 들어가면 국제(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아시아권 국가가 함께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