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고, 순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됐다.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로 편입돼 신약 전문 지주회사로 출범한다.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적 분할 안건이 최종 가결됐다.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93.0%(1286명)가 출석한 가운데 99.9%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회사의 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회사는 11월 1일자로 분할 대상 사업 부문을 분리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한다. 신설 법인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새로 설립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 전문 자회사를 편입할 예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내달 14일까지 신설 자회사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분할은 주주가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주식을 지분율에 따라 나눠 갖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받는다. 해당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분할에 따른 변경 상장·에피스홀딩스 재상장은 11월 24일, 분할 기일은 11월 1일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10월 31일이며 매매거래 정지기간은 10월 30일에서 11월 21일까지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분할을 통해 고객사와의 이해 충돌 우려를 해소하고,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안건 의결에 앞서 "이번 인적 분할은 고객사의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CDMO와 바이오시밀러 각각의 강점과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들이 제기해온 로직스와 에피스 간 이해 충돌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고, 수주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한 조직 아래 공존하면서 잠재적 이해 충돌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객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위탁했는데 경쟁사가 그 아래 있는 구조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도 수익 구조와 성장 전략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서 초격차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ADC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첨단 의약품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존림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신설 자회사를 통해 차세대 기술 발굴, R&D(연구개발) 투자, M&A(인수합병) 등을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존림 대표를 비롯해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CFO,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인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우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위원장, 서승환 전 연세대 총장, 나재광 삼정회계법인 파트너와 신명호 공증변호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