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BIX 2025)'가 열렸다. 사진은 기업들의 전시 부스 앞. /염현아 기자

"줄기세포 고갈과 노화 세포 축적이 노화의 근본 원인이다. 세포 재생 치료로 인간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포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하리리(Robert Hariri) 박사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BIX2025)에서 세포 치료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BIX2025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하고 RX코리아가 주관하는 행사로,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올해는 15국 300여 기업이 참여하고 550여 부스가 마련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주요 키워드가 '재생의학'이다.

하리리 박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특별 기조 강연에서 "노화는 암, 당뇨, 치매, 심혈관 질환 등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의 공통 분모"라며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되돌리는 접근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리리 박사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중증 질환 치료 기술 개척자로 꼽힌다. 그는 태반 유래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활용한 재생의학 전문 기업인 셀룰레리티(Celularity)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셀룰레리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 제조 시설과 10만 개 이상의 신생아 세포 바이오뱅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재생의학 기업 셀룰레리티(Celularity) 창업자인 로버트 하리리 박사(Dr. Robert Hariri). /사진=this is your brain

◇"줄기세포 보충하고 노화세포 제거"

하리리 박사는 세포 치료가 질병 치료를 넘어 인간 수명을 연장하고 생물학적 활력을 회복시키는 '차세대 의학'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화 과정을 조직 내 줄기세포 고갈과 노화 세포 축적이라는 두 가지 생물학적 변화로 요약했다. 하리리 박사는 "줄기세포의 수와 질이 동시에 감소하면 신체의 자연 재생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라며 "이 현상이 노화와 질병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신 중 태아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태반에서 유래한 세포가 노화 극복의 열쇠로 제시됐다. 하리리 박사는 "태반은 무한한 재생 능력을 가진 세포의 원천"이라며 "우리는 태반에서 얻은 다능성 줄기세포와 자연살해(NK) 세포를 활용해 노화된 세포를 대체하고 제거하는 치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리리 박사는 줄기세포 보충과 노화 세포 제거를 병행하는 전략은 노화 자체를 질병처럼 다루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태반 줄기세포를 투여한 환자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단기간에 개선된 초기 임상 결과가 있다"며 "줄기세포 보충과 노화 세포 제거를 병행하는 접근이 건강 수명을 연장할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하리리 박사는 "한국은 세포 치료와 재생 의학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초기 수용자 중 하나"라며 "장수·웰니스 산업에서 한국과 협력할 기회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유타주 등 일부 주가 이미 노화 관련 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유사한 규제 혁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이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BIX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그린·화이트 바이오 경쟁력도 키워야"

이날 현장에서는 바이오 산업이 관세를 비롯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을 다양화하고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개막식에서 "정부가 관세 문제 등 대외 이슈에 적극 대응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사장을 지낸 고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005930)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고 회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과 정책의 편중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바이오 산업은 레드바이오(의료·제약)에 집중했다. 그는 "바이오는 의약품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그린(농업·식품)·화이트(환경·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과 밀접한 혁신 기술이 나올 수 있고,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식품·소재 개발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중국 기업들이 의약품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린·화이트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면서 "1년, 5년, 10년 뒤 대한민국이 더 큰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승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축사에서 "의약품 중심의 레드바이오뿐 아니라 화이트·그린 바이오 분야까지 확대해 약 100개 핵심 품목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며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수출 컨설팅과 현지 바이오 데스크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AI를 제조업과 바이오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맥스(M.AX)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라며 "바이오 특화 AI 기술 개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출범한 맥스 얼리아인스는 제조업의 영어 첫 글자 M과 AI 전환(AX)을 결합해 M.AX(맥스)라고 이름 붙인 협의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관세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