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질병입니다.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로 노화세포의 변화를 추적하고, 혈액 속 노화 신호를 찾아 조절하는 신약이 노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2025)' 전문세션에서 조경아 메디스팬 대표는 "노화는 과거에는 건기식이나 화장품 등이 중심이 됐다면, 지금은 노화를 직접 조절하는 생물학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션에서는 노화를 표적한 신약 연구개발 기술과 전략, 규제적 한계 등이 논의됐다. 패널로는 김덕호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의대 교수, 전옥희 고려대 의대 교수,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가 참석했다.
전 세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노화 산업은 새로운 바이오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미용을 넘어 질병 예방과 치료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 노화 시장은 2030년까지 1460억 달러(한화 207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지난해 투자는 2023년보다 약 두 배 늘었다.
메디스팬은 조경아 전남대 의대 교수가 2020년 창업한 바이오 벤처다. 면역 활성을 극대화하는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노화 억제와 노인성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선천성 면역수용체가 노화 조절과 수명 연장에 관여함을 규명했고, 이를 기반으로 면역 강화형 노화 조절 약물을 개발 중이다.
전옥희 고려대 교수는 근감소증, 골관절염, 난소 노화 등 노인성 질환에서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혈액 내 인자를 발굴한 경험을 공유했다. 전 교수는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인자들이 혈액을 통해 다양한 장기의 노화를 가속화하고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노화세포 제거 신약 개발 과정에 참여했고, 미국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노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덕호 존스 홉킨스대 교수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대신할 정교한 오가노이드 기반 노화 모델을 구축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비슷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도 부른다. 김 교수는 "다양한 노화 형태를 재현할 수 있는 혁신적 노화 모델 시스템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오가노이드 기술 덕분에 하플사이언스는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플사이언스는 노화 조직 재생에 중요한 단백질인 하플1(HAPLN1)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이 단백질을 활용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피부 노화 등 난치성 만성질환 치료용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하플사이언스는 2021년 김 교수가 이끄는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폐포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실험한 결과, 하플1이 손상된 폐 조직의 완결성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날 세션 참석자들은 노화를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아 신약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 대표는 "현재 미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노화를 표적하는 질병 코드가 없고, 생체지표(바이오마커)도 없어 임상 연구에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직접 노화를 표적으로 삼기보다 노인성 질환을 치료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 결과를 통해 노화 관련 지표와 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우회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도 "한국에서는 노화가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아 임상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항노화 신약 개발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