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 산소를 공급합니다. 불편하면 손을 들어주세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 산소 치료실에 의료진의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치료실에는 13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다. 천장에 걸려 있는 마스크를 쓰고 30여 분간 산소를 마셨다. 해수면의 대기압은 1기압이지만 치료실은 1.5기압이었다. 수심 5m에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귀가 먹먹하고 따끔거렸지만 코와 입을 막으니 괜찮아졌다. 기압이 오르면 귓바퀴와 귓구멍이 있는 외이(外耳) 압력이 상승하지만 고막으로 막힌 중이(中耳)는 변화가 없다. 둘 사이의 압력 차이로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고압 산소 치료는 높은 압력이 형성된 치료실에서 순도 100% 산소를 호흡하는 것이다. 가스 중독이나 잠수병처럼 산소가 부족한 환자를 치료한다. 잠수병 또는 감암병은 잠수하다가 갑자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갑작스러운 압력 저하로 질소가 폐를 통해 나오지 못하고 기포를 형성해 혈관을 막는 증상이다. 이날 체험은 1.5기압으로 진행됐지만 실제 환자들은 수심 10~40m에 해당하는 2~4기압으로 폐에 산소를 밀어 넣는다. 의료진은 고압 산소 치료실 밖에서 모니터로 환자 상태를 관찰했다.
산소는 혈관에 있는 적혈구에 붙어 이동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산소가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허준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원장은 "압력이 강해지면 산소가 적혈구에 붙지 않아도 혈장(血漿)에 녹아 말초혈관까지 이동할 수 있다"면서 "몸의 전체적인 회복력을 높여주고 상처도 빨리 낫게 해준다"고 했다.
고압 산소는 화상 상처,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생긴 궤양도 치료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피로 회복에도 사용됐다. 해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과거 고압 산소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에서 미용, 피로 회복을 위한 고압 산소 치료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고압 산소 치료 1만건을 기록했다. 99%가 화상 환자로 2시간쯤 치료한다. 환자는 치료 1시간 전후 금연해야 한다. 치료하고 48시간은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다. 순도 100% 산소를 사용하는 만큼 화재 예방을 위해 휴대전화·스마트워치 같은 전자 기기와 라이터, 성냥, 건전지는 반입할 수 없다. 화장품과 향수처럼 휘발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간호사는 "고압 산소 치료를 하고 드물게 근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몇 주 안에 대부분 회복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