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대표가 "일본 상위 10위권 제약사 4곳과 수주 계약을 완료했으며, 한 곳과는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존림 대표는 이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 간담회에서 "이들 기업과는 이미 오랜 기간 협업했다"며 "앞으로 일본 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지 제약사가 관심을 보이는 항체·ADC(항체-약물 접합체)·CDO(위탁개발)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겠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위 20위권 제약사 17곳과 계약을 맺었다. 이어 일본에서도 고객사를 확보한 사실은 이번에 처음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바이오재팬에서는 계약 논의 사실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주 성과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총 18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12건은 최근 3년간 받은 것으로, 일본 시장 내 공급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회사는 올해 바이오재팬에 첫 단독 부스를 마련하며 일본 시장 공략 의지를 보였다. 올해 초 도쿄 영업사무소를 열며 아시아 고객사 접점을 넓히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ADC·줄기세포에 강한 일본 시장 공략
존림 대표는 "일본은 세계 3위 제약시장으로, 의료 수준이 높고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라며 "특히 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 ADC 항암제 '앤허투'는 연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암세포를 잡는 '유도미사일'이라 불리는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일반 세포에 가해지는 악영향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세계 줄기세포 시장도 이끌고 있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발견해 2012년 세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를 인체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바꾼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얻는데, iPS세포는 그렇지 않아 윤리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줄기세포 치료의 규제를 크게 완화해 상용화를 촉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본 현지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국가별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바이오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직원이 현지에서 직접 문화와 업무 관행을 익히고 이를 본사에 공유해, 일본식 비즈니스 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협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본 후지필름,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 등 경쟁사보다 1년가량 늦게 CDMO 시장에 진입했지만, 빠른 설비 확충으로 격차를 좁혔다. 지난 4월 5공장이 가동되며 총 78만4000리터(L)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올해 들어 누적 수주액 5조2435억원을 달성하며,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수주액(5조4035억원)에 육박했다. 창립 이후 누적 수주 총액은 200억달러(한화 28조4800억원)를 넘어섰다.
회사는 앞으로도 생산 역량을 더욱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를 완성해 총 132만4000L의 생산능력을 달성할 계획이다. 존림 대표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국내외 여러 후보지와 적정 규모를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지역, 일정 등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시험용 오가노이드 서비스도 출시
기술 개발과 신사업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항체·ADC 역량을 기반으로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OC·올리고핵산)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전용 실험실을 구축해 CDO 사업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합성 유전물질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mRNA 치료제의 핵심 원료로, 표적을 찾는 항체와 결합하면 치료의 정확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에도 진출하면서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유사체)로 신약 후보물질을 시험하는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도 출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배양접시에서 평면으로 키운 인체 세포나 실험동물보다 신약 후보물질의 반응을 빠르고 윤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규 CMO(위탁생산) 브랜드 '엑셀런스(ExellenS™)'도 공개했다. '동등성(Equivalency)'과 '속도(Speed)'를 핵심 가치로, 전 세계 모든 공장에서 동일한 품질과 공정 표준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생산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존림 대표는 "최적화된 생산 디자인을 모든 신규 공장에 적용해 글로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품질 높은 바이오의약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