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Bio Japan 2025)' 전시장 입구에 걸린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 현수막.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처음 바이오재팬에 단독 부스를 차렸다./요코하마(일본)=염현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후발 주자이지만, 생산력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것 같습니다. 후지필름은 오랜 바이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서 높은 신뢰도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생산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Bio Japan 2025)' 전시장에서 만난 후지필름 관계자는 CDMO 후발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개막한 바이오재팬은 일본 바이오협회(JBA)가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바이오 산업 전시회다. 올해는 재생의료재팬(Regenerative Medicine Japan)과 디지털 헬스테크(healthTECH JAPAN) 전시회까지 함께 열리며 '종합 생명과학 박람회'로 규모가 확대됐다. 참가 기업은 지난해 1052곳에서 1140곳으로 늘었고, 비즈니스 파트너링(협력관계 체결) 건수도 2만4000건을 넘어섰다.

'바이오재팬 2025' 전시장. 왼쪽부터 중국 우시앱텍,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CDMO 기업이 나란히 부스를 차렸다./요코하마(일본)=염현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첫 단독관…"글로벌 CDMO 자신감"

500조원 규모의 글로벌 CDMO 시장을 놓고 한국·중국·일본 3국의 경쟁이 뜨겁다. 미·중 갈등과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각국의 대표 기업들이 새로운 판 짜기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생명공학 전문매체 GEN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DMO 매출 1위는 스위스 론자였다. 그 뒤로 미국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캐털란트,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2~5위를 차지했다. 7위는 일본 후지필름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시·후지필름보다 1년 늦은 2012년에 바이오 CDMO 시장에 진출했지만, 78만4000리터(L)에 달하는 세계 최대 생산 역량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전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으로 36㎡(약 11평) 규모의 단독 부스를 꾸렸다. 눈길을 끈 건 부스 배치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를 중심으로 왼쪽은 중국 우시앱텍, 오른쪽 세 번째에는 일본 후지필름이 대형 부스를 설치했다. 글로벌 CDMO 3강이 한 줄로 늘어선 듯한 구도를 이뤘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일본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모리야 세이지(Seiji Moriya)씨는 "이번 바이오재팬은 확실히 CDMO가 가장 큰 키워드로 보인다"며 ""우시, 삼성, 후지가 나란히 부스를 꾸렸고, 바로 앞에는 론자까지 자리해 그 존재감이 더욱 뚜렷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 CDMO 업체인 론자는 이번 행사에서 별도 부스를 두지 않고, 스위스 공동 부스(Swiss Biotech Pavilion)에만 참여했다. 론자는 행사 셋째 날 '세포·유전자치료제 상용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토 테이이치(Teiichi Goto) 일본 후지필름홀딩스 대표가 8일 '바이오재팬 2025' 개막식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요코하마(일본)=염현아 기자

◇후지 "美·日서 생산력 확대", 우시 "ADC로 글로벌 공략"

이날 개막식 기조강연은 고토 테이이치(Teiichi Goto) 일본 후지필름홀딩스 대표가 맡았다. 그는 "항체·ADC(항체-약물접합체)·mRNA(메신저 리보핵산)·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초기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일괄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를 확대해, 2028년까지 항체의약품 생산 역량을 현재의 5배인 75만L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필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32억달러(한화 4조4800억원)를 투자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세웠다. 2만L급 배양기 8기로 구성된 이 공장은 연내 32만L 생산능력을 확보해 북미 최대 CDMO 거점이 될 예정이다. 고토 대표는 "덴마크와 미국에서 대형 배양 탱크를 확충 중이며, 2027년에는 일본 도야마에 대규모 바이오 CDMO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은 미·중 갈등 속에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하자, 중국 최대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법안은 최종 통과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안을 재추진 중인 만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주춤하는 틈을 타 우시그룹(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은 이번 바이오재팬에 각각 단독 부스를 차리고, 제품과 기술을 적극 홍보했다. 준 후(Jun Hu) 우시XDC 부사장은 발표 세션에서 "ADC와 생체접합체 상업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시XDC는 2021년 설립된 우시바이오로직스 산하 ADC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전문 계열사로, 올해 싱가포르 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에 첫 상업용 ADC 생산시설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이번 바이오재팬에는 국내 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경보제약(214390), 엑셀세라퓨틱스(373110),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 국가신약개발재단 등이 부스를 마련했고, 오가노이드사이언스(476040), 입셀 등 바이오 벤처도 참여했다. 파트너링 세션에는 셀트리온제약, 지씨셀(144510), 알지노믹스(476830), 이엔셀(456070), 온코크로스(382150) 등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