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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196170)의 경쟁사로 꼽히는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가 피하(皮下)주사 약물 전달 기술을 가진 일렉트로파이(Elektrofi)를 최대 9억달러(한화 약 1조 2000억원)에 인수한다.

할로자임은 1일(현지 시각) 일렉트로파이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급금 7억 5000만달러(1조 500억원)에 향후 신약 3종이 승인될 경우 건당 5000만달러씩 총 1억 5000만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이다. 올해 4분기 안에 인수가 완료되면 일렉트로파이 직원 전원이 할로자임에 합류한다.

◇각자 피하 주사 기술로 시너지 노려

이번 인수로 할로자임은 일렉트로파이가 보유한 하이퍼콘(Hypercon)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약물을 미세 입자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러면 같은 양에 약물 농도가 4~5배 높아져 소량의 약물을 피하에 주사해도 대용량 정맥 주사를 대신할 수 있다. 약물의 투약 시간도 정맥 주사는 수 시간이 걸렸지만 피하 주사는 1~2분으로 단축돼 환자 편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은 이미 정맥 주사 치료제를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을 각각 자체 개발했다.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효소로 분해해 약물 흡수를 빠르게 돕는 원리다. 할로자임의 기술 플랫폼명은 인핸즈(Enhanze), 알테오젠의 기술 플랫폼명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이다.

인핸즈가 대용량을 빠르게 주입하도록 하는 기술이라면, 하이퍼콘은 약물을 진하게 만들어 소량 투여해도 동일한 효과를 내도록 하는 기술이다. 서로 보완적인 기술인 데다, 할로자임이 하이퍼콘을 통해 그동안 인핸즈가 커버하지 못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당뇨·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대표적인 펜 주사제(오토인젝터)다. /사진=로이터

◇"자가 투여 시대 온다"…특허 만료 방어

특히 할로자임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직접 항암제 같은 치료제를 주사하는 자가 투여 주사 제형 개발을 노리고 있다. 하이퍼콘을 오토인젝터(자가 주사용 주사기)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헬렌 톨리(Helen Torley) 할로자임 CEO도 "하이퍼콘을 우리 회사의 소용량 오토인젝터와 결합할 기회를 보고 있다"며 "특히 면역학·신경학 등 만성질환은 가정 내 투여가 미래 치료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할로자임의 인핸즈 특허가 미국애서 2027년, 유럽에서 2029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허가 미국과 유럽에서 풀리면 누구나 인핸즈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인수는 할로자임이 특허 만료 후에도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톨리 CEO는 "이번 인수는 회사 성장의 전환점"이라며 "하이퍼콘은 인핸즈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바이오 의약품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당국의 심사 역시 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이번 거래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십 확대와 로열티(경상 기술료) 수익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퍼콘 관련 특허는 2040년대까지 유지된다. 할로자임은 오는 2026년 말까지 일렉트로파이 파트너사의 신약 2개가 임상사험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이르면 2030년부터 로열티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