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이어 일본 다케다제약도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개발을 접기로 했다.
다케다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전임상 단계 연구 프로그램을 이전할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연구개발(R&D) 역량을 소분자, 생물학적 제제,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세 분야에 집중한다고 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나 유전자를 변형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바꾸는 치료제나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줄기세포 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번 주사로 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로 불렸지만, 개발 비용이 막대하고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져 손을 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다케다는 2021년 인수한 감마델타 테라퓨틱스(GammaDelta Therapeutics)의 T세포 치료제 플랫폼도 매각할 계획이다. 이 기술로 개발 중이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1·2상 시험도 중단한다.
이번 철수의 직접적 배경은 수익성 악화다. 다케다는 대표 의약품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제 '바이반스(Vyvanse)' 특허 만료와 제네릭(복제약)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해에만 (1조2615억원) 규모의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을 정리했다. 앞서 올해 5월에도 항암 파이프라인 절반을 줄이며 소분자 후보물질과 T세포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에서 손을 떼는 제약사는 다케다뿐만이 아니다. 전날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도 일본 바이오 기업의 심부전 세포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해지했다. 해지 위약금은 최대 5억9800만달러(8377억원)이다. 화이자와 GSK도 지난해 CGT 임상시험을 접고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고, 미국 길리어드의 자회사 카이트, 스위스 로슈의 제넨텍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중단했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환자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것도 철수 흐름에 불을 지폈다. 로슈와 미국 사렙타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 중인 듀센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엘리비디스' 임상시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미국 알로진 테라퓨틱스의 CAR-T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에서도 환자가 숨졌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희소·난치성 질환에 대한 혁신적 대안으로 기대받았으나, 면역 반응과 장기 독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신약으로서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세포와 유전자 작동 원리에 대한 기초연구가 발전하면 치료제 개발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도 초기 약품엔 부작용이 많았으나 기초연구로 원리가 새로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부작용을 해결한 후보물질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세포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글로벌 제약사들은 현재 유일한 CAR-T세포 치료제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 뒤를 이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큐로셀(372320)은 혈액암인 림프종 대상으로 CAR-T세포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앱클론(174900) 역시 림프종 치료제의 후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