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애브비(Abbvie) 사옥 앞. /연합뉴스·로이터

미국 제약사 애브비(Abbvie)의 주가가 최근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해 온 주요 신약 후보 물질들이 미국 규제당국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며 상업화 속도가 붙고 있는 영향이다.

3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브비 종가는 전일 대비 3.76% 상승한 231.54달러를 기록했다.

애브비는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후보물질 '피베키맙 수니린(Pivekimab Sunirine, PVEK)'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물질을 형질세포양 수지상세포종양(Blastic Plasmacytoid Dendritic Cell Neoplasm, BPDCN)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해 왔다.

BPDCN은 혈액암 중에서도 드물고 매우 공격적인 암이다. 백혈병과 림프종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악성 종양이 피부를 침범해 골수, 중추신경계, 림프샘으로 퍼진다. 현재 치료법은 1차로 항암제를 고강도로 투여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식이다.

애브비가 개발한 PVEK는 차세대 항암제인 항체·약물접합체(ADC)로, BPDCN에서 과발현되는 CD123(IL-3Ra)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됐다. ADC는 건강한 세포까지 영향을 주는 기존 항암제와 다르게 암세포만 정밀하게 겨냥해 '암을 잡는 유도미사일'로 불린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인 페이로드, 이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돼 있다.

현재 FDA가 승인한 ADC 치료제로는 화이자의 마일로탁(Mylotarg,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Enhertu, 전이성 유방암·위암·림프종 등)와 다트로웨이(Datrway, 비소세포폐암), 애브비의 엠렐리스(Emrelis, 비소세포폐암) 등이 있다.

애브비는 ADC 항암제와 함께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속도도 높이고 있다. 애브비는 지난 26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한 타바파돈(Tavapadon)에 대한 신약 허가 신청서도 FD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타바파돈을 FDA가 승인하면, 애브비의 파킨슨병 시장 리더십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애브비는 작년 10월 FDA 허가를 받은 파킨슨병 치료제 바이알레브(Vyalev)도 보유하고 있다.

애브비의 류마티즘관절염 치료제 '휴미라'.

시장에선 애브비의 차세대 신약이 상업적으로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까지 10년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로 세계 전문의약품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휴미라의 특허 만료로 복제약 시장이 열리면서 실적 부진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시장에 내놨고, 그 영향으로 휴미라 매출이 급감했다. 휴미라 매출은 2022년에만 212억3700만달러(약 29조원)에 달했는데, 지난해에는 89억 9300만달러(약 12조원)로 급감했다.

애브비는 휴미라 뒤를 이을 미래 성장을 확보하고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2023년 12월 ADC 치료제 개발 회사인 이뮤노젠(ImmunoGen)을 101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한 게 단적인 사례다.

올해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시카고에 원료의약품(API) 제조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10년간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브비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한 563억3400만 달러였다. 애브비는 2019년 보톡스를 보유한 앨러간을 630억달러에 인수해 몸집을 키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