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년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접 상장할 계획이라고 29일(현지 시각)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뉴욕 직접 상장으로 나스닥에서 거래되던 미국예탁증서(ADR) 거래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DR은 미국 투자자들이 비미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ADR이 직접 상장주로 전환되면 유동성을 키우고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번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제약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하고 수입 의약품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이 회사는 미국 내 제조·연구개발(R&D)에 500억 달러(70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셸 드마레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뉴욕 상장에 대해 "글로벌 통합 상장 구조는 장기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전 세계 더 다양한 투자자 층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 계획은 오는 11월 3일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런던 상장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회사 주주나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주 중 22%가 북미 출신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에서 전 세계 매출의 43% 수준인 232억달러(약 32조5000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더라도 본사는 케임브리지에 계속 두고 런던증시에도 남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이 금융그룹인 HSBC에 이어 2위인 영국의 주요 상장 기업이다. 영국 재무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런던 상장 유지 결정을 환영했고, 런던증권거래소는 FTSE100지수 내 기업 지위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약 2억파운드(3768억원) 규모의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소 투자는 중단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영국 투자 축소와 같은 맥락이라 현지 시장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미국 일라이 릴리, 머크도 영국 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면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영국 정부의 약가(藥價)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제약사는 연간 수익의 23.5%를 국영 건강보험인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환급해야 한다. 프랑스(5.7%), 독일(7%)보다 환급 비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