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 줄기세포로부터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혈관내피세포(MiEC)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협심증, 허혈성 뇌졸중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게 즉시 이식할 수 있는 범용 혈관 세포 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김효수·한정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김종일 서울대 의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인간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해 혈관내피세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배아)에서 인체 220여 개 세포로 자라는 원시(原始)세포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유도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뼈나 연골, 지방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조직 재생 치료에 활용된다.
연구진이 최종 목표로 삼은 혈관내피세포는 혈관의 가장 안쪽을 구성하는 세포로,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허혈성 혈관 질환 치료에 쓸 수 있다. 허혈성 혈관 질환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조직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대표적인 예이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도된 중간엽 줄기세포에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키는 핵심 유전자인 ER71을 도입하고 최적의 배양 조건을 적용했다. 지금까지 줄기세포로 혈관을 재생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얻을 수 있는 세포 수가 제한적이고 복잡한 제작 과정의 어려움이 있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면역 거부반응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혈관내피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혈관내피세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나온 중간엽 줄기세포에서 직접 유도했다. 형태나 유전자, 기능은 기존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하면서도 면역거부반응은 덜 일으켜 누구나 이식받을 수 있는 범용 세포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허혈성 혈관질환에 걸린 실험동물에서 줄기세포에서 유도한 혈관내피세포의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스텐트 삽입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 약물치료로 혈류를 일시적으로 개선할 뿐, 손상된 혈관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생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줄기세포에서 혈관내피세포를 유도하려면 보통 여러 유전자를 조합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데 이번 연구는 단 한 유전자만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큰 혁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가 허혈성 혈관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연구중심병원육성R&D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바이오 소재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터리얼즈(Biomaterials)'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Bio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16/j.biomaterials.2025.123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