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피부과학회(EADV 2025)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했다. 개막 전 참가자들이 입구에 줄 서 있다. /파리(프랑스)=허지윤 기자

유럽 최대 피부과 학술대회인 '2025 유럽피부과학회'(2025 EADV·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가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했다. 20일까지 열리는 EADV 2025는 120여 국에서 피부과, 성병학 분야 1만6000여 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해 관련 최신 임상시험과 치료제 개발 동향을 공유하는 장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셀트리온(068270)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기업 부스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참가했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선도국인 만큼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간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다.

학회 첫날,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CT-P55(성분명 세쿠키누맙)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효가 동등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한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포스터로 처음 공개했다.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병원체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만성적인 피부 염증, 발진 등을 일으켜 피부과 학계에서도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다.

CT-P55의 오리지널 약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코센틱스다. 2015년 1월 판상 건선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첫 허가를 받은 뒤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 화농성 한선염, 소아 판상 건선, 소아 특발성 관절염, 활동성 강직성 척추염까지 적응증(치료 영역)을 확대했다. 작년 코센틱스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보다 23% 늘어 61억 4100만달러(한화 약 8조4700억원)를 기록했다.

코센틱스와 CT-P55의 주성분 세쿠키누맙은 면역 신호 물질인 인터루킨(IL)-17A를 선택적으로 중화해 면역 과잉 반응을 억제한다. 인터루킨-17A가 특정 세포에서 과다 발현되면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류마티스 관절염, 천식, 다발성 경화증, 건선, 이식 거부 반응을 초래한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피부과학회(EADV 2025)에서 한 참가자가 셀트리온의 CT-P55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결과가 담긴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파리(프랑스)=허지윤 기자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핵심은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건강한 성인 172명을 1:1:1 비율로 무작위 배정해 CT-P55, 유럽 승인 세쿠키누맙, 미국 허가 세쿠키누맙 중 하나를 단회 150mg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셀트리온은 22주간 평가를 통해 오리지널 약과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고, 안전성과 면역반응도 오리지널 약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CT-P55의 임상시험 결과가 담긴 포스터를 보던 참가자 중엔 오리지널 약을 보유한 노바티스 연구원들도 있었다. 한 노바티스 직원은 "(CT-P55가) 세쿠키누맙(코센틱스)의 경쟁 약물이라 관심 있게 봤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중증 판상형 건선 환자 375명을 대상으로 한 CT-P55의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판상형 건선도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은백색 각질로 덮인 두꺼운 붉은색 피부 발진이 전신에 발생한다.

바이오시밀러는 보통 용법·용량을 시험하는 임상 2상은 생략하고 1상과 3상을 진행한다. 오리지널 약과 용법·용량이 같기 때문이다. 1상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효가 체내에 흡수되고 대사가 잘 이뤄지는지 평가해 오리지널 약과의 동등성을 입증하고, 3상을 통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다.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앞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램시마 정맥주사(IV)와 피하주사(SC), 유플라이마, 앱토즈마를 출시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 만큼 시장도 크다. 셀트리온은 신제품을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로 처음 개발한 옴리클로(성분명 오말리주맙)를 올해 안에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옴리클로의 치료 후 추적 관찰까지 총 40주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데이터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