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회사 전경./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고자 우선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전세계에 배치돼 있는 직원 7만8400명 중 9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회사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말까지 연간 약 80억 덴마크 크로네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비만약 오젬픽·위고비로 큰 성장을 이룬 회사다. 하지만 당뇨 비만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의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생겼다.

이번 구조 조정은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 전 대표이사(CEO)의 후임으로 임명된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타르 CEO가 취임 후 내린 첫 개혁 조치다.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의약품 보유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포토핀

비단 이 회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 7월 말 전 세계 인력 중 약 60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MSD는 2027년 말까지 연간 30억달러(한화 약 4조1000억원)를 절감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새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행정·영업·연구개발(R&D) 직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MSD는 "글로벌 부동산 자산 축소도 진행할 것"이라며 "영향을 받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직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미국 모더나도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인력의 약 10%를 감축할 계획이다. 프랑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도 올해 미국 거점 곳곳의 직원들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미국 제약기업 존슨앤드존슨(J&J),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BMS), 화이자(Pfizer)도 줄줄이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은 실적 성장 둔화 우려가 커져 있는 회사들이다.

MSD, BMS, J&J의 경우 실적을 견인해 온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구조조정을 추진한 사례다. 복제약과의 경쟁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과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 BMS의 항응고제 엘리퀴스가 2028년 미국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J&J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경우 작년 유럽과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됐다.

모더나, 화이자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코로나19 백신·치료제로 실적과 주가가 급등했으나 국면 전환 이후 매출이 부진하면서 주가와 실적이 급감했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구조조정에 한국법인들도 긴장감도 커져 있다. 한국법인에도 여파가 있을 수 있어서다. 실제 작년 J&J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와 맞물려 지난해 12월 국내 전문의약품 사업부 한국얀센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일부 직군과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공통적으로 저성장 부문을 축소해 핵심 성장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일환으로 인력을 조정해 효율화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지사로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