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를 위조한 불법 조제 의약품 유통·판매가 급증해 각 보건 당국이 소비자 경고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한국 제품명 마운자로)를 위조한 소위 '짝퉁 약'이 아마존 같은 온라인 몰이나 인스타그램·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 의약품 당국 책임자 네트워크(HMA)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불법 광고·판매되는 GLP-1 제제 불법 의약품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EMA·HMA 조사 결과, 수백 개의 가짜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유럽연합(EU) 외부 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고, 일부는 공식 로고와 가짜 인증을 악용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었다.
짝퉁 비만약 문제는 미국에서도 골칫거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수백 가지 위조 비만 치료제가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위조품들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보안 기업 브랜드쉴드(BrandShiel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불법 체중 감량 치료제를 판매하는 웹사이트는 250개 이상으로, 전년(34개)의 7배 이상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조 비만약을 썼다가는 치료 실패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EMA·HMA는 "제품에 표기된 성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을 수 있고, 해로운 다른 물질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며 "치료 실패, 예상치 못한 심각한 건강 문제, 다른 약물과의 위험한 상호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도 "위조 약물들은 대부분 정식 승인을 받지 않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고, 저혈당이나 메스꺼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2023년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계열 당뇨약인 오젬픽(Ozempic)을 위조한 약을 사용하고 저혈당 증세로 입원한 사례도 보고됐다.
최근 FDA는 불법 GLP-1 제제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활성 의약품 성분(API) 수입을 제한하는 '그린 리스트' 제도도 신설했다. 미국 내 공급망에 유입되는 저품질 또는 불법 조제·위조 GLP-1 제제의 유입을 차단하고, 소비자 안전을 도모하려는 조치다.
위고비·젭바운드 등 GLP-1 당뇨·비만약은 의사 진단을 거쳐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적법한 유통 채널을 통해 사용해야 한다.
EU는 합법 온라인 약국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공통 로고 제도를 운용하며, 로고가 없거나 국가 등록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웹사이트는 불법으로 간주한다.
한국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관세청이 불법 GLP-1 성분의 비만 치료제를 해외 직구로 들여오려는 이들을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식약처가 SNS와 온라인몰에서 일반 식품을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먹는 위고비' 같이 비만치료제로 불법 광고해 판매한 업체를 적발해, 5개 업체 대표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신속 모니터링 대응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해 당뇨·비만약의 개별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분석한 후 다빈도 처방 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과대광고 여부 등 현장 점검도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