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임(Sarah Yim) 미국 식품의약국(FDA) CDER OTBB 국장이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GBC 2025에서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항체 치료제에 대한 규제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IPRP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 위원장도 맡고 있다. /허지윤 기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만들어, 더 많은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이 공중 보건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라 임(Sarah Yim)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물평가연구센터 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담당 사무국장은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주최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2025)에서 "바이오시밀러 항체 치료제에 대한 개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국장은 2018년 1월 출범한 국제 의약품 규제자 협의체(IPRP)의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날 임 국장의 발표에 따르면, FDA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요구해 온 '비교 임상 효능 시험(CES, Comparative Efficacy Study)'을 간소화할 전망이다.

CES는 2개 이상 치료제의 임상적 효능 등을 비교해 치료제 간 효과, 안전성 등이 비슷한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임 국장은 "우리는 현재 CES 관련 정책 문서를 정비하는 중이며, 아주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 CES를 요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단순히 처음부터 CES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유사하게 만든 복제약이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생체물질로 만들다 보니 화학합성 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에 비해 효능이 오리지널 약과 완전히 동일하기 어렵다. 만약 비교 임상시험에서 효능 시험이 강화되면 그만큼 개발하기 어렵다.

바이오시밀러의 평균 개발 기간은 5~10년에 이른다. 그동안 세계 바이오 산업계에선 비교 시험에 많은 환자가 요구되고, 비교 대상인 오리지날 의약품 구매 비용도 높아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임 국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지역별로 다른 기준 의약품과 비교해야 하는 문제, 사용자 인터페이스 차이 등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가 CES를 거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가 바이오시밀러 심사를 완화하는 것은 공중 보건에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다. 약을 저렴하게 공급하면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쉽다.

임 국장은 "CES 데이터가 의사들에게 일정 부분 신뢰감을 줄 수 있지만, 불필요한 임상시험 때문에 승인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개발 기간이 5년 이상 소요되고,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현실에서 효율적 개발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다른 영역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이다. 지난 4월 유럽의약품청(EMA)도 바이오시밀러 승인에 필요한 광범위한 임상 데이터의 양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은 지침의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은 오는 30일까지로 최종 지침을 완성해 2026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승인 절차 효율에 나선 배경에는 바이오시밀러가 각국의 보건의료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시장에선 이런 글로벌 규제 당국의 기조가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에스티 등 바이오시밀러를 개발·수출하는 국내 기업에 호재가 될 전망도 나온다. 반면 개발 허들이 낮아지면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