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바이러스 방어 시스템을 미리 작동시켜, 다양한 바이러스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효과가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최근 미국 보건부 장관이 관련 연구 예산을 줄이며 mRNA 백신의 효과를 부정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결과이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병원의 두샨 보구노비치(Dusan Bogunovic) 교수는 "mRNA 범용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쥐·햄스터 모델에서 입증됐다"고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14일 발표했다.
인체 새포가 바이러스를 감지하면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신호 물질을 분비한다. 인터페론은 약 1000개의 유전자를 활성화해, 바이러스 침입을 막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일부 호흡기 바이러스는 증식 속도가 워낙 빨라, 인체가 미처 방어 준비를 하기 전에 퍼질 수 있다. 연구팀은 감염 전에 선천면역을 미리 작동시키는 전략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터페론 자체를 투여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부작용 우려가 컸다. 연구팀은 인터페론이 생산을 촉진하는 단백질 중 10가지를 골라 합성 유전정보인 mRNA 형태로 세포 안에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mRNA는 세포 안에서 직접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완성된 단백질을 주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연구팀은 세포·동물실험 모두에서 mRNA가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를 확인했다. 인체 세포에 인플루엔자(독감), 지카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넣고, 그 안에 mRNA 조합을 주입하자 세포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능력이 커졌다. 이어 쥐 모델에서는 10개의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투여한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폐 속 바이러스 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구노비치 교수는 "범용 항바이러스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mRNA를 감염 위험이 높은 특정 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아리스 카초라키스(Aris Katzourakis) 교수는 "mRNA 기술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흥미롭고 유망한 연구"라면서도 "실제 활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mRNA 백신의 효능을 재확인했지만, 최근 미국 정부는 그와 정반대로 mRNA 백신 개발 예산 5억달러(한화 7000억 원)를 삭감했다. 반(反)백신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은 mRNA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문제 삼으며 "역사상 가장 위험한 백신"이라고 비판했다. 보구노비치 교수는 "최근 미국 보건부의 이런 추세는 이번 연구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안타깝지만 우리 연구의 진전을 늦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고 자료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x5758